나무 위의 부조 같기도 하고, 두터운 한지 부조 같기도 한 입체적인 질감. 지극히 단순한 형상들을 따라 놓인 선, 일정한 꽃 문양 위에 긁힘의 흔적으로 이어내는 서로 다른 생명의 이미지. 송영숙씨의 '흐름'을 주제로 한 연작은 절제와 단순함의 언어가 극대화되어 있다.
6일부터 12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아홉번째 개인전 작품들은 정지된 상태와 흐름의 경계가 따로 있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캔버스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혼합재료의 질감을 활용한 그의 작품들은 흐르는 듯, 멈추어있는 듯 율동의 흐름을 담아냈다.
사각틀 안에 단순화된 곡선의 형상 의미는 내밀하다. 작가의 내면에 담긴 자연은 명징하게 읽혀지지 않지만 떠오를 듯한 기억의 저편, 그 어떤 세계를 갈망하는 의지는 확연하게 전달된다. 구체적인 형상이 없이도 그 안에 내포된 수많은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효과가 적지 않다면 작가의 의도가 잘맞아 떨어진 것일까. '흐름'을 상징하는 일관된 형상이 오히려 자연의 다양한 이미지를 폭넓게 전해주는 의외의 효과가 흥미롭다.
물감과 혼합재료를 섞어 붓과 나이프 자국을 그대로 드러내는 형식적 기법도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미술평론가 이영욱씨는 "그의 화면은 자신의 내면에 담긴 자연을 보여준다. 자연은 그녀의 심의를 의탁하고 담아낼 수 있는 수단이다."고 설명한다. 전주대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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