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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 소순열·원용찬교수가 주목하는 지방의 자립적 가치

 

 

'전주의 산업은 생산보다는 소비위주다. 내세울 것이 없다. 30년대, 60년대, 90년대에도 같은 모습이다. 세월이 흘렀는데 이런 전주사정은 여전하다.'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교육, 그 어느 분야가 서울 중심의 관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전북대 농업경제학과 소순열교수(48)와 경제학부 원용찬교수(47)가 최근 펴낸 '전북의 시장 경제사'(전라문화연구소)는 서울 집중의 상황을 더 고착화시키는 '중앙(서울) 대 주변(지방)의 관점'을 벗어나 지방의 자립적 가치를 주목하는 주체적 시각에서 쓰여진 책이다.

 

1년 여동안의 작업. 줄곧 지역의 경제사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주목해온 두 연구자가 마음 모아 펴낸 이 책은 근대 이전(원용찬)부터 근대(소순열)의 전북 경제와 시장의 역사를 정리한 일종의 경제 통사다. 딱딱한 경제이론서가 아니라 사회사적 관점에서 경제환경을 분석하고 정리한 덕분에 일반 독자들까지도 두루 읽혀질 이 책의 의미는 그러나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이란 공간과 지역적 개념이며 동시에 역사 문화적 개념이다. 각각의 지역에는 고유한 역사와 문화적 개성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개성과 특성을 가진 지역의 역사 속에서 전체가 이뤄진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역사적인 시점에서 전북이라는 경제구조를 정리하고자 한 첫 작업이랄 수 있다."

 

전북에서는 어떤 물건을 만들고 이를 어떻게 주고 받았으며 그리고 그 활동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던가. 이렇게 시작된 연구자들의 작업은 물자의 이동경로에 따라 형성된 도로 해운 교통 화폐 금융은 물론, 그것들이 식민지시대에 와서는 어떻게 왜곡되었고 어떻게 빼앗겼는가를 숨가쁘게 더터낸다.

 

전라감영의 화려한 명성, 군산항의 개항과 식민지 수탈, 그리고 산업화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되었던 60-70년대를 거쳐 오늘에 이른 전북 경제사의 모습은 쇠락 그 자체.
연구자들은 비록 암울한 과거라 할지라도 그것을 바로 읽어내는 일이야말로 보다 희망적인 전북경제의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흔히 전북을 3% 경제라고 한다. 이렇게 뒤떨어진 이유를 지나간 정권의 지역차별정책 탓이라고들 하지만 그러한 정책소외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급변하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우리 자신들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작년 한해만도 전북인구는 5만3천명 정도가 줄어들었고, 지난 5년동안 해마다 1만명씩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주목하는 이들은 이러한 현실이 있게 된 오늘의 환경을 직시할 것을 주문했다.
명망성이나 과학적인 인식 없이 자긍심만 부각시키는 향토사의 맹점을 단호하게 떨쳐버린 이 책은 전북의 시장경제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그 의미는 시장의 역사에만 갇혀있지 않다. 시장경제사를 통해 이르는 사회사의 면면이 더 깊은 덕분이다. 그러나 정작 연구자들의 아쉬움은 따로 있다.

 

"결국 역사를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철저하게 객관적이려고 노력했지만 부족함이 적지 않고, 현장성이 마음만큼 따라주지 못한 것도 큰 아쉬움이다."

 

결국 이들은 다시 새로운 과제를 얻었다. 사회사적으로 접근하는 경제통사를 정리하는 일과 이 지역 경제사의 자산을 문화컨텐츠로 이어가는 일이 그것이다.
갇혀 있던 지역경제사가 빛을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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