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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오래된 우물과 대나무

 

 

無波古井水하고 有節秋竹竿이라
무파고정수     유절추죽간

 

마음에 물결(흔들림)이 없기로는 오래된 우물과 같고, 절개가 있기로는 가을 대나무의 줄기와 같네.

 

당나라 때의 유명한 시인인 백거이(白居易)가 쓴 〈증원구(贈元九:원구에게 줌)〉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땅 위로 저절로 솟아 올라오는 게 샘이고, 땅 쏙 깊이 파들어 가서 지하수를 찾아 그 지하수를 고이게 한 게 우물이다. 이처럼 땅 속으로 파 들어간 우물에는 바람이 불어올 리가 없다. 그래서 우물물은 작은 물결도 일지 않는다.

 

그저 고요하고 안정되어 있기만 하다. 마음은 오직 이런 우물물처럼 고요해야 한다. 요철도 없고 움직임도 없는 거울이라야 사물의 모습을 제대로 비쳐 볼 수 있듯이 자신의 마음이 고요해야 세상만사를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고요한 마음만 가지면 다일까? 아니다. 마음이 고요하기만 하면 자칫 유약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은 고요함과 함께 대나무처럼 곧고 푸른 절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평소에는 말도 없고 나섬도 없이 그저 고요하기만 하다가 정말 큰 절개를 지켜야 할 때 떳떳이 나서서 자신의 기개를 활짝 펼 수 있는 사람, 얼마나 멋있는가? 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다.

 

이와 반대로, 평소에는 못하는 게 없다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떠들다가도 정작 일을 해야 할 때를 당해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꽁무니를 빼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이 바로 소인이다. 비록 큰 영웅은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소인은 면해야 한다. 허나 그것도 쉽잖은 일이다. 노력해야 한다.

 

無:없을 무  波:물결 파  井:우물 정  節:절개 절  秋:가을 추  竹:대 죽  竿:장대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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