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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박정자 주연의 연극 '19 그리고 80'

 

 

'은혜'받았다. 공연 내내 한껏 미소를 머금은 성자(聖者)를 보았고, 배우들이 숨소리처럼 들려준 풍경소리에 고귀한 사랑과 생명의 찬가를 불렀다.

 

6월 14일 늦은 6시 30분 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 무대에 올려진 연극 '19 그리고 80'(연출 장두이/작가 콜린 히긴즈).

 

작품은 '자살한 것처럼 보이기'가 취미인 열 아홉 청년 헤럴드(이종혁 분)와 '소유는 부질없는 것'이라며 갇혀있는 것을 보면 풀어주고 싶어 안달이 나는 여든 살 모드(박정자 분)의 범상치 않은 러브스토리. 황당하지만 유쾌하고, 슬프지만 아름답다. 삶의 진정한 기쁨을 깨닫게 하고 인생을 변화시키는 소중한 인연이기 때문이다.

 

'아∼ 지겨워. 재미없어. 상관하지 마'란 표정으로 일관했던 청년은, "세상은 아름답지. 인생은 사랑과 애정으로 이뤄졌거든…”하며 속삭이는 '무공해 할머니'의 맑고 평온한 미소를 닮아간다.

 

관객들도 '밝고 소박하고 키가 큰' 모드의 해바라기를 바라보며, 헤럴드와 함께 사랑을 고백했고 그들이 부른 사랑 노래에 행복했다. 죽어 가는 모드의 "다른 사람들을 더욱 사랑하라”는 평범하지만은 않았던 울림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있는 영혼들에 한없이 감사했다.

 

'10분 휴식'을 포함해 2시간 25분의 긴 시간 공연. 커튼 콜의 환호가 쉬 사그라지지 않았던 만큼 연출과 배우들도 관객에 대한 찬사가 높았다. 연출 장두이씨는 "배우의 대사와 표정을 정확하게 체크하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전주의 관객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날카롭다”고 평했고, 배우 박정자씨는 "통째로 들어서 옮기고 싶을 만큼 훌륭한 무대를 갖고 있는 전주”를 부러워했다.

 

바람피우고 싶던 주말 오후,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중년의 여인들은 사랑에 목마른 청년을 따뜻하게 안아줬고, 모드가 귀뜸 해준 '강가에 내리는 눈 냄새'를 궁금해하던 사내들은 어리고 어린 예순 둘의 광대와 단비와 같은 사랑에 빠졌다.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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