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빠진 영화제 평가회'
19일 열린 2003전주국제영화제 평가보고회가 관람객 설문조사 분석을 제외하고는 행사 운영과 프로그램, 조직 등을 전반적으로 되짚지 못해 '평가 보고회'라는 말이 무색했다.
토론자로 나선 문화평론가 문윤걸씨는 "영화제 관람객 태도 조사 결과 보고회로 이해하는 게 적절한 것 같다”면서 "축제의 정체성 또는 주제성이 명확하게 세워지고 있는가, 프로그램이 축제의 정체성 확립에 부합하고 있는가 등을 검증하는 진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화제 조직위원회(집행위원장 민병록)는 평가보고회가 영화제 평가의 끝이 아니고, 보고회 결과와 조직위의 분석을 종합해 최종평가서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오후 2시 전주정보영상진흥원 세미나실에서 열린 평가보고회는 올해 영화제 평가를 맡은 월간 '열린전북'에서 진행했다. 이정덕 전북대 교수의 사회로 이종진 전주문화원 사무국장과 이성호씨(전북대 강사)가 발표한 내용은 영화제 기간동안 관객 1,1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평가팀은 올해 영화제는 △학생들과 수도권 거주자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으며 △고학력층 관객과 매니아들의 참여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고 △영화제 유경험자가 크게 증가한 것 등을 들어 영화제의 자리잡기는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제가 자신만의 고유한 특징을 잃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평가팀은 전체 응답자 중 45%가 '올해 영화제의 주제였던 자유·독립·소통이 잘 드러났다'고 답했지만 지난해까지 영화제를 경험했던 관객층은 이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주는데 인색했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토론자로 나선 김건씨(우석대 강사)는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의 자율제량권 보장 △주요 팀장급 인력활용 문제 고민 △각 세대에 맞는 구제적인 홍보전략 필요 △광주·인천영화제에 대한 대안 모색 등을 제안했다.
영화제 상영관을 극장 시설이 미흡한 '영화의 거리'대신 소리전당·덕진예술회관·전북대 삼성문화관 등을 잇는 덕진동 주변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영화제의 정체성을 살리고 구도심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영화의 거리'를 지속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개최 장소의 문제는 결국 공론화를 통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주영화제만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서는 디지털전용극장 설립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눈길을 모았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영화추세를 따라 잡기 위해서는 전용극장이 꼭 필요하다”면서 덕진예술회관을 디지털 전용극장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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