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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DJ를 놓아줘야 한다

 지난주 일요일 아침, 6·15선언 3주년을 맞아 TV에 출연한 김대중(金大中)전대통령의 모습은 병색이 완연했다. 그의 목소리는 가늘고 힘이 없었으며 떨리기까지 했다. 그의 이런 모습은 얼마전 노무현(盧武鉉)대통령과의 청와대 만찬 석상에서도 목격된바 있다. 

그때도 그는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힘겹게 대화를 이어가는듯 했다. 이런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함을 넘어 비탄의 심격을 가늘수 없었을 것이다. 들리는 바로는 지금 DJ는 와병중이라 한다. 퇴임후 세차례나 병원을 찾았고 신장 기능이 떨어져 투석을 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건강한 모습으로 청와대를 떠났던 DJ의 이런 뒷모습은 그의 지지자든 아니든 가슴에 와 닿는 연민의 정을 새삼 지울 수 없게 하는 것이다. 

DJ의 와병에 연민의 정을 

지금 50대초반 이후의 세대들에게 김대중전대통령은 강한 카리스마를 연상시켜 준 정치인이었다. 1971년 대통령선거때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박정희(朴正熙)와의 운명적 만남을 통해 이 땅의 민주주의 역사에 격변의 회오리를 일으켰다. 장충단 공원에서 사자후를 토하던 그의 모습은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인상으로 남아있다. 

민주주의를 향한 그의 집년과 목숨을 건 투쟁의 역사는 그대로 우리 정치사의 한 단면으로 고스란히 살아 있는 것이다. 망명과 투옥 가택연금을 거듭하는 파란만장의 정치역정을 거쳐 그가 마침내 필생의 목표였던 청와대 입성을 달성했을때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감히 필연(必然)이라고까지 단정짓기도 했었다. 

그랬던 DJ가 지금 노구(老軀)를 운신하기조차 힘겨워 할 정도로 심신이 두루 지쳐 있다는 소식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지난 30여년의 풍상과 갈등의 역사가 평안해야 할 그의 노후마저 보장해주지 못하는 정치 현실이 너무 비정하다는 생각조차 든다. 

그에게 아마도 가장 가슴아픈 상처는 두 아들을 감옥에 보낸 과오와 필생의 과업으로 여겨왔던 햇볕정책의 참 뜻이 훼손되는 일일 것이다. 사람들이 그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는것도 이런 일로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이 퇴임후 비판의 대상이 되는 안타까운 현실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그가 3년전 평양에서 이뤄냈던 우리 민족 최대의 '감동의 드라마'가 사법적 판단의 도마위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견디기 어려운 모멸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DJ는 일요일 TV대담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짤막하게 언급했다.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불행하게 되는 일이 안타깝다'는 심경 토로가 그것이다. 

그러나 진짜 불행하게도 대북송금 내막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特檢)의 칼날은 여전히 DJ정선때의 핵심을 향해 번뜩이고 있다. 당시 남북대화의 막후협상 주역이었던 박지원(朴智元)전비서실장마저 구속되는 마당에 DJ의 심정이 오죽할까는 미루어 짐작할만 하다. 

그러고도 지금 여야는 오는 25일까지로 잡혀있는 특검의 연장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야당은 비자금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송금내역의 진실을 모른채 이를 중단해서는 안되다는 주장이고 여당은 이미 당론으로 특검마감을 청와대에 건의한 상태다. 

特檢이제 이정도서 끝내야 

끝내 곁가지로까지 흐른 특검수사는 그러나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 지금까지 밝혀진것 외에 무엇이 더 궁금하다는 말인가. 남북간의 신뢰에 금이 갈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지경까지 이르러서야 누구에게도 득될게 없는 일 아닌가. 이제 DJ를 편안하게 놓아 주어야 한다. 

늙고 병든 노(老)정치인이 또다시 전쟁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할 수는 없다. 그의 선택은 훗날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그가 다시 TV에 나올때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미소를 보낼수 있게해야 한다.

 

 

/김승일(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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