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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한국전쟁 다룬 북한 영화들

한국전쟁을 다룬 북한의 영화

 

영화는 일반대중을 상대로 호소력이 강하기 때문에 사회주의국가에서 중요시하는 예술분야다.

 

특히 북한은 '영화는 대중교양의 수단으로써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김일성저작선집 2권 p274) '근로자들과 청소년을 교양 하는데 여러 가지 예술이 다 필요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소설과 영화를 많이 만들어야 하겠습니다'(김일성저작선집 4권 P151)에서 알 수 있듯 영화를 선전·선동 효과를 증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 여기고 어떤 예술장르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북녘에서도 한국전쟁(북: 조선전쟁) 53돌을 맞아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상영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북의 영화는 전쟁을 중심으로 북한군의 용맹성이나 미군의 잔인함을 부각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직접 전쟁을 다루지 않더라도 미국이나 남한의 간첩을 색출하는 첩보영화들도 이 범주에 속한다.

 

월북 여배우 문예봉이 주인공으로 나온 '빨찌산 처녀'를 비롯해 '잊지 못할 전우''전선길''정찰병''적후의 진달래''장산리 녀성들''소년 빨치산' 등이 한국전쟁을 소재로 인기를 끌었던 북한의 영화들.

 

최고 걸작은 연작'이름없는 영웅들'과 황건의 장편소설 '불타는 섬'을 영화로 제작한 '월미도'를 꼽는다.

 

전 20부작인 '이름없는 영웅들'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비밀공작원들의 활약에 초점을 둔 지적인 추리작품이다. 기(1∼5부) 승(6∼10부) 전(11∼15부) 결(16∼20부)로 구성돼 있고, 각 단계마다 4개 구(句)로 나뉘어 있어 그 자체로도 완성된 한 편의 영화가 된다.

 

이 시리즈는 79년부터 81년까지 약 3년에 걸쳐 제작돼 평균 45일에 한 편씩 제작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또 1960년대 탈영한 뒤 월북했다고 알려진 로버트 젠킨스, 래리 A.앱셔, 제임스 J.드스노크 등 3명의 주한미군이 영국 첩보원·미8군 소속 방첩 장교·미국인 기업가 등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금은 북의 청소년들에게 영화보다 영화에 삽입된 노래가 기타 연주곡으로 인기라고 한다.

 

북한 당국에선 1990년대 '민족과 운명'시리즈가 나오기 전까지 "세계 영화사상 유례없는 다부작(시리즈)영화”라고 선전했으며, 북한 영화사에는 "당의 속도전 이론을 그대로 충실히 이행한 작품”으로 기록돼 있다.

 

1983년 제작된 '월미도'는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을 배경으로 북한군 해안포병 중대원들이 월미도를 사수하기 위해 벌인 3일간의 '결사항전'을 그리고 있다. 인원도 적고 화력도 시원치 않은 월미도 수비대가 연합군의 엄청난 공격에 맞서 싸우다 하나 둘 죽어간다는 뻔한 이야기.

 

하지만 개봉에 맞춰 노동신문이 이례적으로 두 면에 걸쳐 전체 줄거리 등 관련 기사를 실었고, 북한 영화계에서도 "살아도 충성, 죽어도 충성하는 인민군의 전형을 높이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소개하는 것처럼 북한의 대표적인 영화로 평가된다.

 

북의 영화는 대부분 고정된 사관(史觀)을 바탕으로 '이러저러한 일이 생겼는데 이렇게 저렇게 해서 만사가 순조롭게 되었더라'는 식이고 신파적 과장과 우민화, 낯선 단어들이 많아 거부감이 클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영화를 볼 때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먼저 염두에 둔다면 큰 불편은 없다.

 

북의 영화는 가능한 선입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감상하면 그만. 주인공을 우리편으로 생각하면 되고, 정치적 선전선동구호에 신경 쓰지 않으면 된다. 다시 말해 '월미도'를 보면서 맥아더를 치사한 제국주의자로 간주하고, 인천을 미군으로부터 사수해야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되는 것. 베트콩을 악마로 그리는 할리우드의 월남전쟁영화를 떠올린다면 북의 영화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긴박감을 느낄수 있다.

 

 

 

※ 북한영화는 통일부 북한자료센터(http://unibook.unikorea.go.kr)와 인터넷 조선일보 NK(http://nk.chosun.com)에서 감상할 수 있다.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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