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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속 지혜] 날아갈 듯 가벼운 몸

 

 

두 옷소매에서는 맑은 바람이 일고 몸은 날 듯이 가벼워,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달을 따라 긴 다리를 건너가노라

 

兩袖淸風身欲飄하여 杖藜隨月步長橋라
양수청풍신욕표     장려수월보장교

 

 

 

원(元)나라 사람 진기(陳基)가 쓴 〈오강도중(吳江道中:오강으로 가는 길에)〉이라는 시에 나오는 두 구절로서 이것은 관직을 은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홀가분한 마음을 읊은 시이다.

 

"두 옷소매에서 맑은 바람이 인다”는 것은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다.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으니 몸이 날아갈 듯이 가벼울 수밖에. 관직을 내놓고서 빈손에 맑은 바람을 일으키며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달은 둥실 떠서 내가 가는 대로 따라오니 나그네는 지금 그 달과 함께 고향을 향해 놓인 긴 다리를 건너고 있다. 생각만 해도 시원한 풍경이다.

 

몸과 마음이 얼마나 가벼울까? 오죽했으면 날아갈 것 같다고 했을까?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탐관오리 노릇을 하여 수레에 재물을 가득 싣고서 퇴직한 사람이 과연 이 사람처럼 신이 나고 몸과 마음이 가벼울까? 모르긴 해도 아마 그렇지 못할 것이다.

 

이 홀가분한 마음은 천 만금을 주고서도 살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귀한 것을 버리고 돈 몇 푼, 값나가는 물건 몇 가지를 들고 가는 것을 더 보람 있는 일로 친다. 그러다가 결국은 고향으로 채 다 돌아가기도 전에 도로 붙들려 와서 평생 쌓은 공업을 다 무너뜨리고 교도소로 가기까지 한다.

 

대체 무슨 꼴이란 말인가? 자존심을 가질 일이다. 재물의 노예가 되지 말아야 한다. 그리하여 양 옷소매에서 맑은 바람이 이는 신나는 삶을 살아볼 일이다.

 


袖:소매 수  飄:나부낄 표  杖:지팡이 장  藜:명아주 려  隨:따를 수  步:걸을 보  橋:다리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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