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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의 땅과 사람들] 판소리 모임 '더늠'

 

 

귀명창들의 동아리 '더늠' 
'판'을 바로 알고 즐기려는 이들의 도전은  
우리 전통문화의 새로운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존재 그 자체가 판소리 대중화의 희망이며  
매우 적절한 대안이다  

 

전주를 소리의 본고장이라 하고, 전주에서 소리하기 힘들다는 말이 퍼졌던 이유는 귀명창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땅에서 사라지고 있는 귀명창을 잇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것이 알고 싶어 애가 닳는 '더늠'(회장 권혁대·도립국악원 교수) 회원들이다.

 

'더 넣다'라는 말에서 유래된 '더늠'은 전대(前代)에서 이어져 오는 특별한 대목이나 음악적 스타일을 가리켜 일컫는 말. 명창에 들어선 소리꾼이 자기 나름대로 창작을 가미해 소리와 아니리를 변형하거나 더 재미있게 구성해 덧붙이는 것이다.

 

이들이 모임의 명칭을 '더늠'으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늠'으로 인해 더 '맛나는' 소리를 느끼고 싶었던 것. 매년 한번씩 명창들의 더늠만을 모은 발표회를 열었으면 하는 소망도 갖고 있다. 이름하야 '더늠, 다섯 바탕의 멋'이다.

 

회원들이 뭉친 건 지난 3월. 전주전통문화센터 '해설이 있는 판소리' 매니아 20여명으로 시작됐다. 한 달에 한번 정기모임과 매주 한번 해설이 있는 판소리를 감상하며 우의를 다진 덕에 현재 16명이 더 늘었다.

 

판소리해설가인 최동현 교수(군산대 국문과)나 도립국악원 권혁대·천명희 교수(42)처럼 판소리를 업으로 하거나 이수홍(66) 장미영(42) 최정순씨(38)처럼 도립국악원에서 소리를 배우다 결합한 회원도 있지만, 양순석(40·양사재 공동대표) 서철원(37·교차로 취재팀장) 김응용씨(31·유일여고 교사)처럼 '고정 관객'이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에선 권은영(28) 유승(42) 박승배(35) 최혜진(35) 윤영옥(42) 장미영씨(43) 등이 단체 가입(?)했다. 고성숙씨(45)는 딸 지혜양과 함께 모임에 참석하고, 김형자(46·군산중학교 교사) 이왕래씨(40)는 군산과 익산에서 출·퇴근(?)하는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 회원들은 모임과 별도로 북 장단을 배우고 있다. 소리 맛을 제대로 느끼며 진정한 귀명창이 되려는 귀한 몸짓이다. 명고수인 권 회장이 자신의 '더늠'을 살려 강사로 나섰다.

 

"장단을 알아야 소리 맛을 더 잘 알죠. 소리를 해설하는 것이 '해설이 있는 판소리'고, 소리와 치고 받는 장단의 해설을 배우는 것이 '고법강의'입니다”

 

'더늠'은 권 회장의 '더늠'을 통해 적당한 때에 추임새 뿌리며, 우리 소리를 더 감칠맛 나게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벙어리 고수'였던 주순여씨(46·이리남중 교사)는 이 모임을 통해 변화되고 있는 '바른 생활 회원'의 전형. 매 주 판소리를 감상하다보니 북을 두드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북 장단을 맞추다보니 소리가 배우고 싶어졌단다. 요즘 단가 연습에 한창이라며 인터넷에서 다운 받은 두툼한 단가모음집을 보여준다.

 

이제 막 둥지를 튼 모임이지만, 최고의 풍류를 꿈꾸는 귀명창들이 마음을 모은 '더늠'이 전주 소리의 생명을 이어주는 든든한 주체가 될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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