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오후, 덕진공원에서는 어김없이 소리판이 열린다. 전북도립국악원 교수인 명창 김연이 여는 판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공연을 위한 소리판이 아니고 연습삼아 시작한 일"이라지만 오다가다 소리판을 만난 사람들은 운좋은 청중들이다.
아무리 판소리 듣는 일이 쉬워졌다고는 하지만 공원 한쪽에서, 그것도 돗자리 한장과 북과 북채가 전부인 이 즉석 소리판의 감칠 맛 나는 분위기가 그리 흔한 일이겠는가.
판을 여는 명창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아무래도 명창의 반열에 오른 소리꾼이 아무데서나(?) 소리 한대목 뽑는 일이 예전같을리 없고, 스승 선후배들의 반응 또한 염두에 두지 않았을리 없다. 그러니 남다른 각오와 용기가 필요했을 법하다.
그러나 자신이 우연히 들었던 판소리에 마음을 빼앗겨 소리길에 들어섰듯이 또한 소리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아 언젠가는 판소리를 흥얼거리는 우리 음악으로 자리 잡게 하겠다는 김씨의 '소망'이 실현될 날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온몸으로 이뤄내는 우리의 '소리예술'판소리가 가까워지고 있는 까닭이다.
문화의 국경이 허물어진지 오래, 모든 장르의 문화가 혼재된 문화충돌의 시대에서 우리 음악의 자리잡기는 그만큼 치열한 과정을 요구한다.
판소리 대중화를 위한 '실천'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 삶속에서 빼앗긴 자리를 다시 찾기. 판소리를 살리려는 사람들의 열정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심은 역시 전북이다.
판소리연구가 최동현교수(군산대)는 "판소리 대중화를 위한 통로는 매우 다양하고 참신하며, 그것을 열어가는 사람들의 자세가 매우 의욕적이다. 전북지역의 경우, 공공기관이나 단체들의 판소리 교육이 판소리 인구 확대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판소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려는 동호인들의 활동이야말로 매우 가치있는 것이다."고 말한다.
최교수는 교육의 역할 못지 않게 판소리를 즐기고 지키는 청중들의 역할이야 말로 판소리 대중화와 세계화의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판소리를 배우고 즐기려는 사람들은 큰폭으로 늘고 있다. 소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몇몇 동호인 중심으로 유지되어오던 판소리 모임 활동이 다양한 성격으로 발전되거나 성과를 축적해가고 있고, 학문적으로만 연구되어오던 판소리가 세계화를 위한 번역작업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히는가하면 판소리의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의미있는 기획들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한계는 있지만 문하생이나 친인척들의 자기 잔치로 치러졌던 판소리 발표회에 순수한 판소리 동호인들의 참여가 늘고 있는 것은 판소리 대중화의 희망을 보여주는 예다.
지난 5월 20일 밤 8시, 전주 전통문화센터가 매주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 '해설있는 판소리'는 특별한 행사로 대신됐다.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소장 이정덕)가 추진하고 있는 '영문 자막이 있는 판소리 시연회 및 공개 토론회'였다. 행사에 참석한 청중은 1백여명. 경업당 30여평 공간은 발디딜틈 없이 빼곡히 들어찼다. 영어로 번역된 판소리 사설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높았다. 판소리 전공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순수한 동호인들도 적지 않았다.
판소리의 대중화는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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