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차의 역할을 감당하게 할 수는 있으나 차로 술의 역할을 감당하게 할 수는 없다.
酒可以當茶나 茶不可以當酒라
주가이당차 차불가이당주
청나라 사람 장조(張潮)가 쓴《유몽영(幽夢影)》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할 때에 뭔가를 먹고 마시면 훨씬 친밀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다 더 가까운 사이로 지내자는 뜻을 "언제 식사라도 같이 합시다”라고 한다든지 "한 잔 합시다”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런 돈독한 만남의 자리에서 우리는 차보다는 술을 많이 사용한다.
차는 사람을 차분하게 할 수는 있지만 흥분하게 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술은 차보다 한수 위의 음료이다. 술은 차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차는 술의 역할을 다 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얼마 전, T.V에서 녹차가 몸에 이롭다는 점을 상세하게 보도한 바 있다. 건강을 위해서 술보다는 녹차를 마시는 게 훨씬 좋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술을 멀리 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술에는 마취성이 있어서 우리의 아픈 마음을 일시적으로나마 마취시켜 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술의 소비가 늘고 있다고 한다.
서민의 경제 상태가 나빠지면서 막걸리의 소비도 엄청나게 늘고 있다고 한다. 마음이 답답하고 가슴이 아파서 막걸리나 소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차가 몸에 좋으니 차를 마시자”고 강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제라야 아픈 마음으로 술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을까?
酒:술 주 當:당할 당 茶:차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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