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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에서 출발한 창조적 조형세계…"물파회원 연작전"

 

 

효봉 여태명(48, 원광대 교수)의 예술은 해체로부터 출발하는 창조적 조형세계다. 서예를 의미전달 수단으로서의 문자가 지니는 텍스트 개념이 아니라 그 자체에 근본적인 존재성을 부여하는 조형 예술로 인식했던 그의 작업은 새롭고 넓고 깊다.

그는 97년 서단의 '새 물결' 파장을 일으키며 출발한 '물파(物波)' 그룹의 창립 멤버다. '물파'는 화석화된 기존 서단의 묵수적 전통서법과 과도기적 실험정신에 그친 현대서예를 넘어 심물(心物) 그 자체 필묵으로서 새로운 예술창작을 내세운 서예가들의 모임. 이 운동에 그의 작업이 맞닿아 있음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효봉의 '전방위적'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5일까지) 서울의 물파아트센터가 '물파회원 연작전'으로 기획한 전시의 여섯번째 자리다. 전시 작품은 역시 문자의 해체를 통한 탈의미의 작품들이다.

 

 이른바 '기호이미지와 해체미학'이 주제다. 효봉에게 '해체'는 창조의 근원이다. 씀의 예술로서의 서예와 새김의 예술인 전각 작업을 위해 그가 택한 것은 기호 이미지다. 의미을 전달하고 상징하는 문자나 사물이 놓여지는 자리에 그는 기호를 등장시켜 작품을 완성한다. 사물과 문자가 부재하거나 해체된 자리에 놓여진 그의 기호들은 쓰고, 새기고, 그리는 형식을 혼재한 다양한 필묵 형식의 물파예술로 새로운 언어의 생명을 얻는다.

정형화된 한자의 서체를 거슬러 올라가 갑골문이나 암각화 등 보다 원시적인 조형으로부터 예술적 소재를 찾아온 그가 문자를 해체하고 그것을 통해 재해석하는 필묵의 의미는 현대 서예의 성과로 주목받을 만하다.

철학박사 손병철씨는 그를 실천적 물파주의 예술가로 앞세운다. 물파주의와 새김의 예술로서 '진(眞 )의 세계', 민간서체와 씀의 예술로서 '선(善)의 세계', 그리고 생활서예와 꾸밈의 예술로서 '미(美)의 세계'가 손씨가 정리한 효봉의 예술세계다.

전시회에 맞추어 발간된 작품집도 이 세개의 영역으로 나뉘어 엮어졌다. 어느것 하나 앞세워질 수 없을만큼 효봉의 작업은 이 모두의 영역에 충실하지만 현재의 지점에서 더욱 주목 받고 있는 작업을 굳이 가린다면 민중적 서체인 '민체(民體)'와 컴퓨터 서체 개발을 들 수 있다.

'민체'는 기성서체의 모방이나 답습이 아니라 그 자신의 창작서체다. 이 민체를 통해 그는 예술이 더이상 엄숙하거나 무거운 것이 아님을 일러 준다.

그는 지난 98년 한글서체를 컴퓨터 서체로 개발해 디스크로 출시했다. 여기에 수록된 '효봉 축제체' '효봉 개똥이체' '효봉 푸른솔체' 등 여섯개의 재미있는 이름이 붙여진 한글서체 1만 7천 1백자는 이미 책이나 간판 로고, 텔레비전 프로그램 타이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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