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문 앞이 시장을 이룬다 해도.....
臣門如市라도 臣心如水이옵니다
신문여시 신심여수
저(臣)의 집 문 앞이 비록 시장과 같다고 하더라도 저의 마음은 물과 같이 맑습니다.
반고(班固)가 쓴 《한서(漢書)》의 〈정숭전(鄭崇傳)〉에 나오는 말이다.
정숭(鄭崇)이 간신의 모함에 걸려 큰 벌을 받게 되었을 때 황제는 정숭을 꾸짖어 말하기를, "경의 집 앞에는 경에게 청탁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마치 시장과 같다던데, 어찌된 일인고?”라고 하였다.
그러자, 정숭은 대답하였다. "저의 문 앞이 설령 시장과 같다고 하더라도 저의 마음은 맑은 물과 같습니다.”
그 후, 이 '문정약시(門庭若市)'라는 말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나라의 정숭에 의해 다시 한번 사용되면서 사자성어로 굳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변형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문전성시(門前成市, 혹은 門前盛市)'라는 말로 더 많이 쓰이게 되었다. 권력 앞에는 청탁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청탁을 다 들어주고 돈과 선물을 들고 오는 사람으로 인하여 문 앞이 시장을 이룰 지경이 되면 어쩌자는 것인가? 요즈음 청탁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문 앞이 설령 시장과 같다고 하더라도 나의 마음은 맑은 물과 같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는 것인가?
如:같을 여 庭:뜰 정 若:같을 약 市:저자(시장) 시 盛:성할 성
/김병기 교수(전북대 중어중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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