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소장 임명진)가 기획한 판소리총서의 첫 결실, '판소리단가'가 나왔다. 조선 후기 민중들의 삶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면서도 판소리 다섯 바탕이라는 주류에 밀려 소홀히 취급 받아온 판소리 단가(短歌)의 사설을 정리한 의미 있는 책이다.
'허두가'라고 불린 단가는 판소리처럼 길고 어려운 소리를 하기 전에 목청을 가다듬기 위해 불렀던 노래. 산천유람, 인생무상, 역대고사 등 짧은 사설과 부르기 쉬운 가락으로 돼있어 민중의 삶에 깊이 파고들었다.
"여러 계층과 집단을 아우르는 단가는 판소리의 부분적 독자성을 충족시키며 다른 장르와의 교섭창구가 될 수 있는 형식과, 단편화되는 예술의 현대적 추세에 부합하는 면이 있습니다”
함께 책을 낸 우석대 정양 교수(시인·61)와 전북대 임명진 교수(평론가·51), 군산대 최동현 교수(시인·49)가 단가에 주목한 이유다.
책의 특징은 현재 불리고 있는 단가를 우선 고려해, 현장예술로서의 판소리 특성을 살린 점. 판소리를 공연예술로 규정하고 사철가, 백구가, 호남가, 만고강산, 초한가, 고고천변, 백발가, 충효가, 호남가, 한노가, 편시춘 등 현재 노래로 부르고 있거나 과거에 노래로 불려졌던 확실한 증거가 있는 43개의 단가를 창자별로 추려 엮었다.
'남원에 봄이 들어 각색 화초 무장허니, 나무나무 임실이요, 가지가지 옥과로구나. (중략) 농사허는 옥구 백성 임피 상거가 둘러 있고, 정읍에 정맥법은 납세 인심 순창허니, 고부 청청 양류색은 광양 춘색이 팔도에 왔네'(아세아레코드, 입방울 창· 한일섭 고수)
조선말기 전라감사였던 이서구(李書九·1754∼1825년)가 전라도 54개(전북26, 전남27, 제주1) 고을이름을 빌어 지은 '호남가'는 경복궁 낙성식(1867년) 이후 전국으로 퍼지면서 한말(韓末) 일제치하에서 고향을 그리는 향수로, 나라를 잃은 망국의 한(恨)을 달래는 비원의 노래로 애창되었다. 지금까지 채록된 이본만도 수백 가지. 창자마다 자신의 기호에 맞춰 내용과 음을 달리하며 구비 전승됐기 때문이다. 책에는 창자마다 조금씩 다른 6가지 이본(임방울·오비취·김종기·오정숙·강정렬·박헌봉)이 소개됐다.
'판소리단가'에는 판소리 사설의 어려운 한자 투나 고사성어, 관용적 용법 등을 풀이한 어구사전이 있어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지만 단순히 음반 채록본과 음반 가사지에 실린 내용을 중심으로 이본들을 소개하는데 그쳐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후속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북대 임명진 교수는 "이후 판소리 사설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과 함께 판소리사전 등 판소리총서를 발간함으로써 판소리가 세계음악의 하나로 발전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양 임명진 최동현 지음, 민속원 펴냄, 값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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