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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중의 문학편지] 1000권을 읽으면 인생이 바뀐다

 

이문열씨가 북에서 잘 나가던 아버지 때문에 젊은 날의 꿈을 접어야 했을 때 3년 동안 1000권의 책을 읽고 작가가 되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알았다. 3년 동안 1000권의 책을 읽으면 인생이 바뀐다는 것을. 그전까지 그는 작가지망생이 아니었다. 지금은 정신적으로 결별 또는 극복했지만 이십 대에 나는 이문열 매니아였다--그에 대해서는 달리 길게 말할 게 있다.

 

어쨌거나 그후 나는 이 매력적인 진실을 나 자신에게 그리고 문학을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자주 되뇌었다. 우리의 인생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바로 그 길. '인생이 바뀐다'는 말은 당연히 작가가 되는 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지막 1000권째 책을 덮는 날, 그는 자신과 세상을 그 전과는 전혀 다른 눈으로 꿰뚫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곧 전혀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다. 아아, 지금과 전혀 다른 나, 그는 내 속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가벼운 책은 너댓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지만, 무거운 책은 너댓새가 걸릴 수도 있다. 평균을 잡으면 하루에 한 권이 된다.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빼고 남는 시간을 모두 독서에 투자하면 그렇다. 그렇게 3년을 읽어나가면 1000권이 될 것이다.

 

책의 종류가 문제가 될까?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우선 자신이 가장 읽고 싶은 책, 오래 전부터 읽겠다고 별러온 책부터 읽으면 된다. 그렇게 몇 권만 읽으면 그 다음은 저절로 정해진다. 처음에는 문학작품, 특히 소설이 좋을 것이다. 좋은 소설은 처음 열 장만 애써 읽으면 그 다음은 저절로 읽게 만든다. 그리고 어느 단계 이후로는 책의 질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독자에게는 저급한 책을 읽는 일조차도 유익한 정보가 된다.

 

하기야 무슨 일인들, 3년을 꼬박 매달려서 못할 게 있으랴. 밥 먹고 잠 자고 남는 시간에 한 가지 일에만 열중하면, 우리는 웹디자이너도, 열쇠전문가도, 대학생도, 부동산중개업자도, 자동차 정비기사도 될 수 있다. 나는 시인이 되고 싶어하는 젊은이에게 3년 동안 시만 쓰고 읽어보라고 권한다. 다만 1급이 되는 것은 좀 다른 문제이지만.

 

우리 모두는 그 3년을 마련하지 못해 이렇게 사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꿈꾼다. 3년의 시간을 빼내고 그 동안 책만 읽을 수 있다면 내 인생은 바뀔 텐데.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가족과 친지들과 결별하고 어디론가 떠날지도 모른다. 아무튼 지금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신념에 차서 실행하는, 지금과 전혀 다른 나.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그러나 그런 날은 생전 오지 않을 것이다. 직장의 하루를 준비해야 하고, 가족과 대화를 나누어야 하고, 친구들과 술 마셔야 하고, 지인의 경조사에 인사를 거르지 말아야 하고, 피서와 여행을 가야 하는 이 빡빡하고 번잡한 일상에서 어느 평생에 고스란한 3년을 마련할 것인가. 이리하여 우리 인생은 일대전환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하염없이 늙어 가는 것이다.

 

하기 좋은 말로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한다. 3년에 천 권은 아니더라도 한 평생에 천 권이라고 읽는 것이 나을 것이다. 지레 포기하고 안 읽지만은 말아야 하겠다. 그래야 인생이 바뀌는 것은 고사하고 뒷걸음질이라고 저지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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