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가을무대가 풍성하다. 도내 각 대학의 연극 동아리 정기공연과 학과 학술제 행사에 연극 무대가 뒤를 잇는다.
학과의 연극동아리 활동이 가장 활발한 전북대는 2일 독문과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시작으로 3일 중문과가 노래연극'시집가는 날'을 무대에 올렸고, 5일에는 영문과의 '쥐덫'이 무대에 오른다. 국문과도 다음 달 7일 '땅 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를 합동강당 무대에 올릴 예정.
이들은 대부분 여름방학을 모두 투자해 강의실 등 교내 빈 공간을 연습실 삼아 구슬땀을 흘렸다. 참여인원도 대부분 30명 안팎. 배우는 10∼15명 정도지만, 스탭은 필요인원의 두배다. 기획·음향·의상·소품 등 기술력이 필요한 역할은 선배가 후배에게 대물림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매년 여름 맹연습을 통해 지금까지 27회의 정기공연을 올린 전북대 영문과 연극동아리'미매시스'는 과단위 연극동아리의 대표급. 이들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제대하자마자 연극반으로 달려오는 예비역들의 힘이 크다. 연출을 맡은 김근태씨(98학번)도 그 한 예. "선배의 꼬임(?) 때문에 시작하게 됐다”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선배가 돼 큰 책임이 느껴져 자신도 같은 처지에 있는 동기 2명을 꼬셔(?)왔다.
숨은 공신은 동아리의 터줏대감들. 기획·연출·배우 등 빈 공간을 채우며 여러해 동안 후배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시철우씨(96학번)가 그 경우다. 그는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고, 교과의 연장선에서 연극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번 무대 경험이 생기면 다시 서고 싶어한다”며 대학연극의 희망을 역설했다.
매년 알찬 무대를 보여주던 원광대 국문과는 주연급 배우들이 군에 입대해 올해 연극을 준비하지 못했다. 주축세력이 있어야 막이 열리는 대학의 현실을 그대로 증명한 셈이다.
국어교육과는 익산지역 극단인 '작은소·동'과 방학내내 연기워크숍을 갖고 지난 달 30일 익산 솜리예술회관 소극장 무대에서 연합공연을 펼쳤다. 개강이후 연극 준비에 한창인 불문과와 독문과는 학술제가 열리는 11월 연극을 올릴 예정이다.
2학기 시작과 함께 10월말 무대를 위해 대본선정에 나선 것은 호원대 영문과도 마찬가지.
20년의 역사가 있는 전주대 영문과 연극동아리 '셰익스피어'는 5일 드라마퍼포먼스 'Shakespeare & hillbillies'을 올린다. 예전에는 인문대에 속한 학과 대부분이 연극무대를 마련한 적도 있었지만 학부제가 실시되면서 뜸해졌다.
'볏단'(전주대) '기린극회'(전북대) '한빛'(한일장신대) '극예술연구회 무제'(우석대) '멍석'(원광대) '베틀'(예수간호전문대) 등 대학연극단들도 매년 1∼2회의 정기공연을 열고, 연극영화과가 있는 우석대와 한일장신대, 예원대 등은 학과학생들을 중심으로 정기발표회를 열고 있다.
그러나 취업난 등을 이유로 1학년과 갓 제대한 복학생들에 치우쳐 있는 점은 아쉬운 현실이다. 연극출연을 계기로 '창작극회'무대에서 뛰고 있는 주서영씨(전북대 영문과 99학번)는 "영어회화·컴퓨터 등 취업관련 동아리들과 다르게 연극을 해보겠다고 동아리방을 기웃거리는 후배들이 갈수록 줄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든 무대를 마련한 후배들에 고마울 뿐이다”고 말했다.
아마추어리즘과 아카데미즘으로 무장한 대학연극은 상업주의에 휘둘리는 연극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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