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세계서예비엔날레 개막식이 있던 지난 20일 오전 9시. 30여명의 외국인들로 가득 찼던 도내 한 호텔 커피숍은 같은 장르의 해외예술인을 엿보기 위해 서둘러 나선 국내 서예인들의 잇단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2년만의 해후에 감동적인 포옹을 나누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전주에 해외 예술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세계서예비엔날레를 시작으로 26일 전주산조예술제, 27일 전주세계소리축제 등 전주에서 개최되는 국제규모 행사들에 참여하기 위한 국내·외 예술인들의 뒤를 이어 전주를 찾는다. 전반적으로 보자면 해외 초청예술인들의 수는 예년보다 줄었지만, 세계적으로도 역량을 인정 받는 수준급 예술가들의 전주 방문은 한국의 전통도시 '전주'를 주목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조직위원장 최승범)에 공식 초청된 해외 예술인은 '세계미술가서예전'에 출품한 미술인 8명을 포함해 27명. 참여나라는 중국·일본·대만·캐나다·벨기에·호주·영국·멕시코·미국 등 9개 나라다.
서예심리치료의 선구자인 고상인 교수(대만 국립중앙대)와 올해 그랑프리를 차지한 일본 중진서예가 나카무라 운류, 중국 하남성서법가협회 주준걸 부주석, 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빙리·치헝 양·곽 수 등이 대표적인 인물. 벨기에 출신 조각가 끌로드 라이르씨는 20일 '휘호퍼포먼스'에 참가한 것 외에도 22일과 23일 소리전당 전시실 로비에서 관람객을 위해 즉석 스케치 퍼포먼스를 벌여 관객과 호흡하는 자유로운 예술세계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금까지 전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은 1천여명. 서예비엔날레 조직위는 "올해도 해외 서예가들과 애호가들의 개별방문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다”고 밝혔다.
전주산조예술제(조직위원장 장세환)는 미국과 유럽, 캐나다, 아시아,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대표적인 현대음악축제와 재즈패스티벌에서 거문고 즉흥연주를 벌이고 있는 김진희씨가 경기전 무대에 올라, 초연작 '산조 엑스타시'를 선보인다. 조직위가 "4년 간의 삼고초려” 끝에 모셔 온 거문고 연주와 작곡의 대가다. 이번 연주엔 작곡가 게리 헤밍웨이씨(Gerry Hemingway)가 퍼쿠션 연주자로 함께 참여한다. 구겐하임의 특별회원인 그는 아티스트를 위한 국제기금협회 및 뉴욕예술인협회부터 재정 지원을 받고 있는 실력 있는 음악인이다.
세계로 나가는 '판소리'의 가능성을 보다 새롭게 여는 2003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천이두)는 20개국, 2백6개 단체와 5천여명의 음악인들이 함께 한다.
해외에서 초청된 예술인들은 모두 2백50여명. 이미 대중과 친숙한 예술인들이 적지 않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와 예술적 역량을 돋보이는 외국의 예술인들도 많다.
한·중·일 세 나라의 음악인들이 자신들의 민족악기로 호흡을 맞출 '오케스트라 아시아'(아시아 민족악단)와 국화를 닮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이네사갈란테', 유럽에서 성악의 새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러시아21세기 저음가수들'이 올해 소리축제를 빛낼 대표적인 해외 초청팀. 특히 '오케스트라 아시아' 무대에서 중국의 경극가수 왕야나의 '씨 차이'와 지휘자 류우웬찐(중국 가극무극원 민족관현악단), '러시아∼'의 유일한 한국인 단원인 황상연씨도 눈길을 끈다.
문화의 차별성을 합창으로 극복한 스페인 전통 오페레타인 '싸르수엘라'를 국내에서 초연하는 '스페인밀레니엄합창단'은 소리축제의 분위기를 돋우어내는 단체. 한국인 임재식씨가 지휘를 맡고 있어 더 정겹다. '소리스펙터클 - 백제물길의 천음야화'에도 오만민속악단·무용단, 스리랑카민속악단·무용단이 함께 출연한다. 어린이 소리축제를 빛내줄 일본 '호노보노인형극단'도 주목되는 단체다.
'실크로드'를 따라 각 민족음악을 앞세우고 찾아온 '미지의 소리를 찾아서'는 모두 10개국 85명의 민속예술단이 전주에 온다. 24일과 25일 먼저 입국한 키르키즈스탄의 '오르도 사흐나'와 이란의 '팍테' 공연단이 전주예수병원과 전주소년원(송천정보통신학교)를 찾아 입원한 환자들과 소년원의 소년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심어줘 잔잔한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이외에도 오만, 우즈벡키스탄, 터키, 스리랑카, 미얀마, 중국, 베트남에서 각자의 민속과 민족음악을 앞세워 전주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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