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금동대향로에 새겨진 다채롭고 정교한 아름다움의 문양과 조각은 백제인들의 사상과 우주관을 그대로 담아내는 통로였습니다. 그 안에는 당대 사람들의 삶과 문화와 역사가 숨쉬고 있어요.”
'백제 물길의 천음야화' 대본을 쓰고 곡을 만든 이종구교수(55, 한양대 음악과).
그는 오랫동안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주목해온 사람이다. 대학시절부터 비전공자로서의 특별한 관심을 우리 역사에 쏟아온 어느 날 세상에 공개된 '백제 금동 대향로'는 그에게 '백제'의 역사적 실체를 다시 보게 하는 대상이었다.
"고대사에서 백제사는 뒷전에 밀려나있는 역사입니다. 미미한 역사적 사료와 왜곡된 기록으로 점철되어 있는 오늘의 백제사는 바로 잡아져야할 필요가 있어요. 백제는 다시 알아야 합니다."
음악적으로 백제를 복원하는 작업을 그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구상해온 세월만도 여러 해. 올 초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던 이교수는 장르와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양식의 총체 공연물로 작품을 완성해냈다. 국악적 요소가 강렬한 모티브로 활용된 이 작품을 위해 이교수는 국악관현악과 서양오케스트라의 결합을 시도하고 판소리와 대중적 양식의 우리 소리, 서양의 성악곡과 대중가수의 소리적 특징을 모두 끌어냈다.
"백제인들의 웅혼함과 광대한 기상을 담아내기에는 현존하는 우리 악기의 음역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힌 이교수는 극적 요소를 살리기 위해 문답식의 전개에 합창과 독창을 교차해나가는 방식의 서사적 양식을 활용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남아있지도 않고 기록으로도 증명하기 어려운 이 악기들의 근원을 찾는 작업이 쉬웠을 리 없다.
이교수는 발견된 이후 15일 만에 국보 지정을 받을 정도로 가치 있는 이 금동대향로에 놓여진 악사와 악기들이 철저한 고증 없이 해석되어 정리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악기의 비밀을 추적하면서 그 시대 백제인들의 교역 물길이 터키까지 닿았다는 사실은 이교수에게 백제가 위대한 국가였음을 새삼 깨닫게 했다. 문물교류의 육로길과 바닷길에 함께 숨쉬고 있는 문화교류사로부터 다섯 명 악사와 악기의 비밀을 읽어낸 이교수의 치열한 작가정신과 실현의 열정. 1400년 세월, 땅속 어두움을 걷고 어느 날 세상에 나온 '백제금동대향로'가 비로소 소리의 역사, 그 비밀을 우리 앞에 펼쳐 놓을 수 있었던 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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