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 세월이 숨쉬는 백제 금동대향로의 비밀. 바닷길을 따라온 소리의 역사가 그 비밀을 추적한다. 27일 저녁 7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2003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개막을 알리는 소리스펙타클 '백제물길 천음야화'(작곡 이종구 한양대 교수).
한국 고대의 백제인들이 개척한 해상물길, 황해에서 동남아에 이르는 문명교류사의 자취를 찾아가는 길고 긴 여정이다.
1993년 12월 충남 부여의 고분군. 발굴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곳 서쪽 골짜기 구덩이에서 향로가 발굴됐다. 진흙속에 억겁의 세월을 안고 묻혀있던 이 신비로운 유물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원래의 모량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향로봉황장식 뚜껑에서 용장식의 받침대에 이르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흘러내리는 선의 미학, 우아하고 세련된 정교한 조각에 완벽한 비례를 이루는 아름다움. 발굴단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학계는 놀랐고 세계가 주목했다. 고대 동아시아 향로 중 최고의 조형미를 자랑하는 이 신비로운 향로는 길고 긴 세월을 건너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천음야화는 '백제 금동대향로'의 아름답고 빼어난 조각을 모티브로 판소리와 한국전통음악의 새 장르를 창조하는 총체 공연물로 제작된 작품이다.
금동대향로 윗부분에 새겨진 다섯 명 악사의 비밀은 무엇일까.
'천음야화'는 그들 다섯 명 악사의 악기를 고증을 통해 복원해 연주한다. 잊혀진 악기와 오늘의 악기가 만나 결합해 이루어내는 음악. 10여개 국가의 소리와 춤, 풍물이 어우러지는 이 작품은 장르와 양식의 경계를 넘어서는 서사음악이다.
작곡가 이종구는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과거를 추적하는 이 거대한 드라마를 위해 문답식의 전개과정을 도입했고, 소리꾼 장사익과 테너 김경, 판소리꾼 최정원, 대중음악가수 마현권 등 현존하고 있는 대표적인 성악 장르를 중심에 세웠다. 역사적인 의미 못지 않게 음악사적 가치가 돋보이는 바탕이다.
소리축제 임진택 총감독은 "이 작품이야말로 '소리 길 만남'의 올해 주제를 가장 확실하게 살려내는 실험적 창작품이자, 음악사를 다시 쓰게 하는 새로운 실현"이라고 소개했다.
소리축제 조직위원회가 판소리와 한국전통음악의 새 장르를 창조하는 총체 공연물로 제작하는 작품이다.
일찍이 백제인들은 황해에서 동남아에 이르는 해상물길과 아라비아 반도에 이르는 세라믹 로드 의 광활한 문명교류사를 갖고 있었다.
'백제물길-천음야화'는 바로 그들, 한국 고대 백제인들의 황해에서 동남아를 거쳐 아라비아 반도에까지 이르렀던 해상물길의 문명교류사 자취를 찾아간다. 백제 물길의 거대한 역사를 따라 발견하는 다양한 소리의 문화. 2003전주세계소리축제가 소리로 백제를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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