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보는 사람은 눈이 흐릿해지고 우레 소리를 듣는 사람은 귀가 어두워진다.
視日者眩하고 聽雷者聾이라
시일자현 청뢰자농
《회남자(淮南子)》〈설산훈(說山訓)〉에 나오는 말이다. 태양은 그냥 비치게 놓아둘 일이다.
태양이 왜 비치는지 그리고 그 빛이 얼마나 센 지를 가늠하기 위해 태양을 자주 바라보는 사람은 눈이 상할 수밖에 없다. 우레가 치거든 우레 소리도 그냥 들어 넘길 일이다.
그 소리가 어디서부터 오는 지 얼마나 세게 오는 지를 알기 위해 그 소리를 자주 듣다보면 귀가 상할 수밖에 없다.
자연에 손을 대려 하지말고 그냥 놓아둠으로써 자연은 자연대로 자기 일을 하면서 살게 하고 사람은 사람대로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살았어야 한다.
그게 바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가르침이었다.
그런데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관여하였다.
동물이 사는 것을 관여하여 그들의 삶을 빼앗고 식물이 사는 것도 관여하여 인간의 이익을 위해 그들의 생명을 빼앗아 썼다.
그리고 불타는 태양도 관찰하였고, 우레와 번개도 정체를 밝혀 놓았다.
심지어는 바로 자신인 인간의 모습마저도 완전히 까발려서 유전자를 조작하고 복제 생명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과학'이라는 이름아래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까발려 놓았고 그 결과 우리는 멸망을 목전에 둔 듯한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
지금이라도 절제해야 한다.
'까발림'만이 능사가 아니라 '덮어둠'도 필요함을 알아야 한다.
이 지구는 사람만의 지구가 아님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視:볼 시 眩:눈 어둘 현 聽:들을 청 雷:우레 뢰 聾:귀 먹을 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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