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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축제] 러시아 베이스, '21세기 저음가수들

 

축제의 테마는 '소리·길·만남'. 비행기로만 10시간이 넘는 길을 건너온 또다른 만남이 있다. 지옥의 심연이 느껴진다는 러시아 베이스를 들려줄 '21세기의 저음가수들'(3일 오후 8시 전동성당. 4일·5일 오후 7시 소리전당 연지홀). 인간의 목소리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예술적 가치를 보여주는 무대다.

 

러시아 베이시스트가 혼자서 공연을 한 적은 있지만 여러 명의 베이시스트들이 화음을 맞추는 공연은 이번이 처음. 우리에게 러시아 음악 열풍을 이끌었던 드라마'모래시계'의 주제가'백학' 등 친숙한 음악을 함께 들을 수 있어 예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겸비한 공연으로 기대된다.

 

"한국과 러시아는 비슷한 정서가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 베이스는 한국인의 한을 떠올릴 만큼 감성이 강하죠. 쉽게 접할 수 없는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황상연)

 

러시아 유일의 베이스팀인 '21세기의 저음가수들'은 5년의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정규 교육과정과 출연작품의 수와 비중, 입상경력 등 팀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꽤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할 만큼 권위를 자랑한다.

 

단원은 한국인 황상연씨를 포함해 러시아 연방국가에서 고르게 모인 30명. 현재 러시아 유일의 매니지먼트사인 아르히포바에서 1순위 추천 팀으로 성장, 영국·네덜란드·카자흐스탄 등 세계 순회공연을 통해 명성을 얻고 있다.

 

소리무대를 위해 전주를 찾은 저음가수들은 지휘자인 바진 베네틱토프(66)와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시비르체프(35), 러시아 정상급 베이시스트 올레그 멜리니코프(42) 타라스슈똔다(37) 안드레이 안토노프(36) 위탈리 예파노프(34) 블라지미르 바이코프(30) 그리고 한국인 황상연씨(32) 등 모두 8명.

 

"이태리는 테너와 바리톤이 유명하고 러시아는 베이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소개한 드미트리 시비르체프씨는 "환경과 기후의 영향으로 저음이 발달했고, 대륙의 나라라는 특징이 국민들을 '느리게'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 차례의 공연을 통해 이들이 들려줄 노래는 이태리·유럽의 종교음악과 러시아 낭만가곡·민요, 러시아 로망스, 유럽 오페라의 주요 아리아 등 다양하다.

 

특히 귀족문화에 기원을 둔 러시아 로망스는 우리나라에 러시아 음악 열풍을 주도했던 드라마'모래시계'의 주제가 '백학'과 드라마'사랑을 위하여'에 삽입돼 '고백'이란 제목으로 알려진 '마법에 걸린 듯 사랑스러운 나의 여인이여' 등 친숙한 곡들로 준비했다.

 

서울출신으로 러시아 현지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중인 황상연씨는 "남성의 음고(音高)가 가장 낮은 성역인 베이스는 엄숙하고 깊이가 있다”며 "선율이 있는 바소 칸탄테나 익살스러운 바소 부포, 깊이가 있는 바소 프로폰도 등 다양한 음역과 특징이 있어 절대 지루하지 않다”고 소개했다.

 

저음가수들이 준비한 특별 이벤트는 3일과 4일 들려줄 한국가곡 '산하'. "한국 사람인 상연씨 때문에 한국음악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는 드미트리 시비르체프씨는 "러시아에서 불려지는 한국노래(가곡)들은 큰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양 클래식 성악음역에서 소홀히 취급받았던 영역이지만, 판소리의 중저음과 러시아의 매혹적인 베이스를 비교하면 더 의미 있는 공연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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