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이 긴장했다. 지난 1일 소리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의 공연. 객석은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꽤 오랜 시간 기다렸다는 듯, 시작과 끝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분명한 박수를 보냈다. 군산시립교향악단의 반주가 마무리될 무렵 소프라노가 관객에게 정중한 인사를 해도 관객은 한 트랙이 정확하게 끝나야만 환호를 보냈다. 최고의 예의(?).
이네사 갈란테의 무대는 이런저런 수식어로 꾸미기엔 부끄러울 만큼 한마디로 근사했다. 월급을 몽땅 투자한다고 해도 아깝지 않은 공연이 바로 이런 것인가 싶었다.
소프라노는 서툰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며 무대에 올라 동유럽 특유의 음색을 자랑했다. "성량보다 나만의 색채를 표현한다.
마음 속 깊이에서 울려 나오는 감성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의 말처럼 넓은 성량이었지만, 아주 작은 폭으로 필요한 부분만 적절히 사용했고, 음을 단단하게 모아 정확한 발음을 들려줬다. 극적인 노래를 부를 때도 그의 가창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음 하나하나에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했다.
무대에 원을 그리고 쉽게 원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양손을 모아 기도했고 두 팔을 벌려 관객을 안았다. 관객은 그 품에 안겨 한껏 포근한 수면에 빠졌다. 한 연극인은 "솜털까지 떨렸다”고 했고, 음악인은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는 그를 위한 노래다”며 소프라노 보첼리·조수미·샬럿 처치·레슬리 개럿의 노래를 무색하게 했다.
언제나 근엄하던 한 원로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아이와 함께 모악당을 찾은 한 주부는 "돈은 아깝지만 이네사 갈란테에게 미안해”서 아이와 함께 로비에서 TV를 통해 공연을 감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있다. 중간중간 이네사갈란테는 관객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그의 말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관객은 많지 않았다. 올해 소리축제 최대 실수로 떠오르는 '통역불가'가 이 공연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런 류의 공연은 보통 이런 식이라지만, 다른 공연에서의 답답함이 이보다 컸을까. 통역이 끼어들었다면 감동을 무디게 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가수와 객석의 소통이 막혔던 일은 아쉬운 부분이다. 달리 쉴 곳도 없이, 태양을 머리에 이고 공연하는 '미지의 소리를 찾아서'의 예술단이나 객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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