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남의 말과 글의 홍수에 떠밀려 사는 오늘, 굳이 내일이 한글날이란 핑계가 아니더라도 지난 8월 세상을 떠난 이오덕 선생이 그리워진다.
어려운 세월을 살면서도 언제나 꼿꼿하고 정직한 사람으로 평가받은 선생은 우리 민족의 얼은 올바른 말과 글에 달려있다는 한 가지 믿음을 늦춘 적 없었고, 교육자·아동문학가·우리말 운동가로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버팀목이 돼 주었다.
우리가 그 어떤 일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외국말과 그 말 법에서 벗어나 우리말을 살리는 일.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여전히 '우리글 바로쓰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선생은 책머리에 "말을 마음대로 마구 토해 내는 사람, 그렇게 토해 내는 말들이 모두 살아 있는 구수한 우리말이 되어 있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반갑다”고 적었다. 이런 사람의 말에서 비로소 잊었던 고향으로, 우리의 넋이 깃들인 세계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완고한 한글 전용론자'가 아니었다. 우리말에 대한 그의 고집은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정신이 담긴 우리말”일 경우에만 적용된다. 우리말로 써도 될 것을 구태여 한자말이나 서양말로 쓰지 말자는 것이 선생의 주장인 셈이다.
선생이 청소년을 위해 쓴 '무엇을 어떻게 쓸까'와 교사·학부모를 위해 쓴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는 "우리말을 살려 쓰는 것이 바른 삶을 찾는 방법”이며, "참된 사람을 기르는 방법은 글쓰기 교육”이라고 믿는 저자의 생각이 올곧게 담겨 있다.
선생을 교육사상가로도 일컫는 까닭은 처음 마음을 끝까지 가져가면서 실천하는 자세에서 나타난다. 특히 그의 교육철학을 뭉뚱그린 '참교육으로 가는 길'을 통해 본 참교육의 고갱이는 '겨레교육'. 선생이 교육현장에서 있었던 당시에 쓴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삶과 믿음의 교실''삶을 가꾸는 글쓰기교육''이 땅에 살아갈 아이들 위해' 등을 통해 그가 얼마나 잘못된 교육풍토를 바로잡으려 고민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70년대 출판한 '시 정신과 유희 정신''일하는 아이들''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와 80년대 '어린이를 지키는 문학' 등은 절판돼 찾기 힘들지만 도서관에서 간혹 발견할 수 있다. 선생은 많은 책을 썼지만, 아쉽게도 그의 책을 살갑게 읽은 사람은 많지 않았던 모양이다. 헌 책방을 뒤적이다 행운을 발견하는 일이 쉽지 않다.
'개구리 울던 마을'은 선생의 주요 작품을 모은 시선집. 가난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생활과 자연의 아름다움, 평화를 바라는 마음, 잘못된 사회와 교육 환경에서 아이들 생활이 빗나가는 모습을 마음 아프게 여기는 심정, 참됨을 정직하게 말하고 아이들 앞날에 꿈을 보여주는 시편들이 담겨 있다.
따르고 싶은 어른이 드문 이 시대. 또 한 분의 어르신이 우리 곁을 떠나신 것에 안타깝고 허전한 마음 감출 길 없다. 부디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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