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월하노인을 불러 저승의 판관에게 송사를 걸어 다음 세상엔 부부의 입장을 바꾸어 태어나게 할 수 있을까?
那將月?訟冥司하여 來世夫妻易地爲할까?
나장월모송명사 내세부처역지위
조선 시대 최고의 명필로 추앙을 받고 있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아내 예안이씨의 죽음 앞에서 지은〈도망시(悼亡詩)〉의 처음 두 구절이다.
1842년 11월 18일, 제주도에 귀양 중이던 추사는 병중의 부인에게 병세를 묻는 편지를 낸다.
그리곤 아내로부터 소식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약 1개월 후인 12월 15일, 추사는 인편에 소식을 전해 듣는다.
아내가 지난 11월 13일에 이미 세상을 떠났었다는 소식을.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찌 세상에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줄도 모르고 죽은 아내를 향해 병세를 묻는 편지를 낸 자신의 신세가 너무나도 참담하게 느껴졌다.
찢어지는 듯한 그 마음을 아내는 알까 모를까? 그래서 추사는 울부짖었다.
"내세에는 부부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 당신이 내 입장이 한번 되어보라고!”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한번 눈을 감고 나면 아무런 말이 없다.
그리고 아무런 말도 전달할 길이 없다.
부모님이 한번 눈을 감고 나면 초등학교 시절 상장을 탔을 때만큼의 기쁜 일이 생겨도 달려가 아뢸 곳이 없고 사랑하는 아내가 떠나고 나면 아무리 기쁜 일이 생겨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
배웅하는 사람이 없이 출정하는 병사도 슬프지만 환영하는 사람이 없이 돌아오는 개선장군도 슬프다.
부부사이, 서로 내 맘을 몰라준다며 싸울 일이 아님을 깨닫도록 하자.
那:어찌 나 將:장차 장 ?:할미 모 訟:송사할 송 冥:저승 명 司:관리 사 易:바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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