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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성과와 과제

지난 9월20일 막을 올린 뒤 한달동안 열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생활속으로'라는 주제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19일 폐막했다. ([email protected])

 

생활속으로 한 걸음 다가선 문자예술, 그러나 대중화에의 접점 찾기는 역시 어려운 과제였다.

 

19일 막을 내린 2003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서예축제로서의 세계성을 확인시키는 성과와 함께 서예문화의 정체성과 방향 탐색에의 보다 새로운 노력을 요구했다.

 

지난 9월 20일 막을 올린 이후 한달동안의 도도한 장정. 역동적인 축제의 물결을 거스르는 정적인 문자예술 축제에 동양의 서예가들은 주목했고, 한국서단은 서예비엔날레의 참의미를 인정했다.

 

올해 서예비엔날레를 찾았던 많은 서예가들과 관객들은 비엔날레가 서예문화정신을 계승하면서도 21세기의 시대정신으로 해석하여 오늘의 시대예술로 부활시키는 서예문화의 세계화 운동이라는데 합의했다. 개최 4회만에 얻어낸 이러한 평가는 기대 이상의 성과다.

 

서예비엔날레를 통해 전북의 서예전통이 보다 견고해지고, 서예문화를 끌어가는 중심이 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바가 적지 않다.

 

올해 주제는 '생활속으로'. 대중들을 끌어들이는 소극적 입장보다 서예가와 서예가 먼저 몸낮추고 생활속으로 다가서겠다는 적극적 의지의 표현이었다. 다양한 기획들로 이루어진 조직위의 의도는 탐색의 새로운 결실을 얻어냈다. 대중화를 위한 진정한 방향 찾기에 대한 서단의 논의는 더 깊어졌고, 활발해졌다. 자연히 현대사회에서 서예는 어떤 것이어야하는가에 대한 정체성은 더욱 절실한 화두가 되었다.

 

서예비엔날레가 서예의 현재적 고민과 과제를 모색해나가는 중심이 되었다는 사실은 외형적 물리적 성과와는 또다른 성과다.

 

서예인들이 올해 비엔날레에 후한 평가를 내린 것은 특별히 돋보였던 기획력 덕분이다. 서예가들의 예술적 역량을 한자리에 모아놓는 예술축제로서의 성격을 살리면서도 학문적 성과를 축적하는 기획은 특히 돋보였다.

 

본전시로 기획한 '한중일서예전'은 그 대표적인 예다. 각나라의 서예가들을 초대한 본전시에 잇대어놓은 3국 서예사 정리 작업은 지금껏 고전에만 의존해 정리됐던 복잡한(?) 서예사를 새롭게 조명, 서예 이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조직위는 '지난 3회때에 비해 서예비엔날레가 한결 안정된 기반을 마련했고, 비로소 국제적인 서예축제로서의 터닦음에 성공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과 전북예술회관을 중심으로 열린 올해 비엔날레를 찾았던 관객은 어림잡아 15만명(17일 기준). 3회때의 25만명보다 크게 줄었지만 조직위는 전시공간이 좁혀진 만큼 연인원의 단순한 수적 비교는 별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올해 역시 중국과 일본의 관광객들이 적지 않았고, 전국의 서예 애호가들이 뒤를 이었지만 일반관객들의 방문도 눈에 띄게 늘었고, 참여 또한 보다 적극적이었던 것에 조직위는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관객들이 전시실안에 머무는 시간은 예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나도 서예가 체험에서는 3천명 이상이 실연에 참여했고, 가훈써주기는 주말마다 줄을 서는 관객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올해 처음 시도해 관심을 모은 서예심리치료는 학술적인 측면 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의 관심을 높이는 기반을 닦았다.

 

디자인서예전, 서예술의 실용화전, 한글서예의 새지평전, 세계미술가전 등 올해 시도한 기획전들이 가져온 성과도 크다. 서예가들은 스스로 몸낮추어 생활속으로 다가가는 실험적 형식들에 눈을 떴고, 일반 관객들은 서예의 역할에 보다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다.

 

그러나 높아지는 기대 못지 않게 안게된 과제도 적지 않다. 일반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조직위의 자체 평가에도 불구하고 서예비엔날레가 생활속 축제로 자리잡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나 젊은층들의 관심을 끌어들일만한 보다 진취적인 시도가 필요하다는 제안은 귀기울일만하다.

 

올해 서예비엔날레의 예산은 6억 3천만원. 주최측인 전북도의 예산 지원은 5억원이지만 조직위 자체적인 수입과 협찬을 통해 예산 확보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조직위는 밝혔다.

 

서예비엔날레는 올해도 11종의 서예 관련 책자와 전시도록을 발간, 새로운 성과물을 남겼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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