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과정이었다. 부족함이 없지는 않았으나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 물리적인 결실도 적지 않지만 우선은 서예비엔날레의 개최의미가 보다 확실해졌다는 성과를 주목하고 싶다."
폐막을 하루 앞둔 18일, 전시장에서 만난 이용총감독(56)은 얼굴이 환했다. 한달동안 하루 빠짐없이 전시장을 찾았을 정도로 긴장 늦추지 않고 지냈던 그로서는 의외의 모습이다.
서예비엔날레를 발의하고, 올해까지 8년여동안 축제를 중심에서 운영해온 그는 올해 축제에 각별한 기대를 걸었던 만큼 행사기간 내내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어느해보다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할 수 있다. 주제설정도 시의적절했고, 적지 않은 프로그램들도 주제를 살려내는데 주효했던 것 같다. 칭찬보다는 비평이 익숙한 서단이 올해 축제에 각별한 호감을 보였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올해 축제에서 선보인 프로그램만 20여종. 한국을 비롯해 세계 20개국에 흩어져 활동하고 있는 서예가 1천여명을 불러모으는 축제를 위해 쏟아야 했을 공력을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으나 그는 그동안의 고통과 어려움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는 서예가 몸낮추어 대중들에 다가가는 방법을 탐색하는데 중심을 두었다. 주제인 '생활속으로'는 매우 의미심장한 선택이었다. 일반인들에게 서예를 새롭게 인식시킨다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서예의 역할을 찾아나서는 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일반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다양한 기획으로 대중화 방향을 탐색했던 이감독은 그러나 대중화만을 겨냥한 실험이나 변화는 오히려 서예의 본질적인 요소나 정체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서예가 특별한 계층의 향유물로 고착화되어가는 것은 경계해야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철저한 자기 성찰의 과정없이 흥미나 오락성만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것은 오히려 서예의 진정한 대중화를 거스른다는 것이 이감독의 생각이다.
지난 축제때보다 관객수가 줄었고, 조직위의 예산 부담을 덜어주었던 각종 발간물의 판매수입도 예년에 미치지 못할 듯 하지만 이감독은 여느해보다 더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올해로 탐색의 과정을 끝냈다고할 수 있다. 이제 서예의 세계화와 대중화를 실현해나가는 본격적인 과정에 들어선 셈이다." 행사를 마무리하는 시점, 그의 의욕은 생각보다 더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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