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찾아주셔서 고맙다고, 재미있게 봐달라고” 관객에게 막걸리 한 사발씩 돌리더니, 이내 울고 짜고 찧고 까불며 공연시간 내내 배꼽을 잡게 했다. 배우들도 신이 나 있었다.
농촌 총각, 농촌 처녀 등골을 빼먹으려고 간살대는 사기꾼들, 열 번 속지 열 한번 속냐며 꾀를 내는 총각네 어머니, 속으로만 끙끙대고 좋아한단 말도 못하는 다방레지, 다방레지에게 추근대는 시골 아저씨, 끄떡하면 주먹질인 날 건달 머식이, 나름대로 정의로운 시골 순경들, 한마디로 ‘네박자 꿍짝 블루스’다. 거기에 짜갈짜갈 한 남도 사투리의 정겨움이라니...
서울에서 잘 나가는 연출자 박근형은 전주시립극단 배우들과 이 작품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만남’ 이란다. 서울 사람이 전주 사람 만나고, 배우가 관객 만나고, 관객들끼리도 만나고, 그래야 서로 위하는 정도 생겨난단다. 막걸리 두어 잔 얻어먹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속에 있는 이야기 솔직하게 말하고 표현하면 그것이 연극이고 예술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사람 사는 것이 티격태격 이러쿵 저러쿵 하지않는 데가 어디 있겠는가 마는 한바탕 진통을 겪었던 시립극단으로서는 흉금 없이 터놓고 얘기하는 마당이 되었을 것이다.
좋았던 얘기는 그만하고 작품평을 해보자. 대본과 다르게 전라남도 사투리와 전라북도 사투리가 구분없이 사용되어 그 살가움이 덜 하였고, 연기자들의 확실한 캐릭터 설정과 과장없는 연기에도 불구하고 들리지 않은 대사들이 있었다. 배우는 새로운 연출가를 접할 때 극을 해석하는 방법이나 연기술에 대해서도 익히고 싶어한다. 객원연출가의 어려움일 수 있지만 많은 시간을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없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굳이 트집을 잡자면 ‘쉰살 미만의 농촌인구 중에서 칠만명 정도가 결혼을 못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의 농촌 현실을 생각할 때 농촌총각 결혼문제 보다 더 시의적인 사건과 내용이 있지 않았을까.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 작품이 전주 한복판을 벗어나 농촌지역을 순회공연하며 그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저런 이야기 풀어놓았지만 연출가와 배우들은 이 작품을 통해 우리의 인생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한 대사 빌리자면 “인생은 어차피 네박자 속에 지랄 연빙을 떨다 가는 것이니 께로...”
/홍석찬(연극배우,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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