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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속 지혜] 발돋움과 건너뛰기

 

발돋움하고 서서는 오래 서 있을 수 없고 건너뛰듯이 서둘러 걷는 걸음으로는 멀리 갈 수 없다.

 

企者는 不立하고 跨者는 不行이라

 

기자 불립 과자 불행

 

노자 《도덕경》24장에 나오는 말이다.

 

6~70년대에 우리는 '착실한 전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서 열심히 일을 한 적이 있다.

 

물론 그 구호가 이른 바 '개발 독재'를 주도한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내세워진 구호라서 독재의 기미를 눈치챈 후로는 그 구호로 인해 허탈에 빠지기도 하였지만 어쨌든 이따금씩 당시의 그 '착실한 전진'이라는 구호에 대해 아련한 향수를 느끼는 것은 나만의 감정이 아닐 것이다.

 

몹시도 가난하게 살던 그 시절, 농한기에 미국에서 원조식량으로 들어온 밀가루를 풀어 섬진강 물을 호남평야로 끌어들이는 관개수로 공사를 벌여 누구라도 작업장에 나와 일만 하면 하루에 밀가루 한 포대씩 주었으니 사람들은 그 밀가루를 통해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착실하게 일하면 나도 굶지 않고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작업장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일하는 해 노래〉도 열심히 따라 불렀다.

 

'착실한 전진'이라는 구호를 실감하며 그렇게 즐겁게 일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착실한 전진'을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오히려 그런 사람을 바보로 취급하는 경향마저 있는 것 같다.

 

한푼 두 푼 버는 돈은 돈으로 보려 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바람 난 세상이다.

 

발돋움하고 서서는 오래 서 있을 수 없고 건너뛰듯이 서둘러 걷는 걸음으로는 멀리 갈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아야할 것이다.

 

企:발돋움 할 기 跨:건널 뛸 과 行: 길 갈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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