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시선이 담긴 한 장의 그림이 주는 큰 울림. 곪아있는 상처를 터뜨리 듯 세상을 향한 소리없는 외침을 담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20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북민족미술인협의회(대표 진창윤)의 여섯번째 회원전이다.
특정한 주제를 가진 전시회가 아닌 작가들의 근작을 소개하는 자리지만, 전북지역에 발붙이고 사는 민미협 작가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부안방폐장과 이라크 전쟁에 모아졌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강현화 김미경 서용인 송만규 이근수 임승한 전정권 지용출 진창윤씨. '의식은 한국적으로, 표현은 자유롭게'를 내세운 이들은 각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대상을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30∼40대의 젊은 작가들이다.
어두운 배경과 아들을 안고 있는 여인의 두려운 표정으로 이라크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 '어느 날(진창윤)', 반핵 상징물을 노란 나팔꽃으로 그린 '돈꽃(이근수)', 부안의 현실을 게의 항변으로 표현한 '부안의 힘(지용출)', 반핵 시위에 참여한 어린이의 해맑은 미소와 미국 국기·핵폐기물이 대조되는 '안돼요(강현화)' 등은 치열한 현실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들.
주제는 명료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실험적이다. 아크릴 위에 테이프로 표현한 '실존-의식의 복사(서용인)'는 작가 자신의 얼굴을 화폭을 한번도 보지않고 그린 것. 여러 표정이 담긴 스무장의 작품들은 작가의 자유로운 사상을 닮아있다. 두 딸의 작품 '모나리자'를 함께 전시한 임승한씨도 눈길을 끈다.
1995년 창립한 전북민미협은 미술을 통해 민족의 자주성을 찾기위해 노력해온 단체. 그런만큼 자신들의 표현을 통해 관람객들이 다양한 해석의 길을 찾기를 기대한다. 그 길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으로 발견하지 못했던 또다른 진실이나 문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의 통로를 열어주는 특별한 길이다.
전북민미협은 해마다 정기전을 비롯해 가을 기획전으로 영호남 교류전을 열고 있다. 사회적인 이슈를 내세운 주제전에도 열정을 쏟는다.
'돈이 되는 꽃. 내고향 부안에 꽃이 피고있어요. 대를 이어 캐낸 바지락 값보다 광활, 계화 간척지 쌀보다. 한번에 한 몫 챙길 꽃이 피고 있어요'(이근수의 '돈꽃')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는 작가들의 발언이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림을 통한 관객들의 올바른 시각 찾아주기'라는 사회접근의 한갈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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