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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국악인이 뭉쳤다 가온실내국악단

5일 창단연주회를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가온실내국악단원들 ([email protected])

 

묵직하다. 거칠다. 둔탁하다. 아름답고 구슬프다. 애간장을 녹인다….

 

젊다기보다 아직은 어린 아쟁 연주자들의 아쟁소리에 대한 느낌이다. 홍민주(전주성심여고 3년) 임재학(전주상산고 2년) 유민혁(전주전일고 2년) 박준섭·정은혜·허민지(전주예고 1년) 이은지(전주예술중 3년) 장진아(성남성일여중 3년). 완산전국국악대제전·광주국악경연대회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이 확정된 예비 고등학생 은지와 진아는 "사랑스럽고 감미롭다”라며 제법 어른스럽게 소리를 표현한다.

 

대중가요에 더 열광할 것 같은 10대 8명이 청소년국악실내악단을 만들었다. '가온소리'. 으뜸음과 딸림음 사이에 있는 가온음, 중음(中音)을 이른다. 의미 그대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심이 되는 소리, 올곧은 소리로 메아리치고 싶은 소망이 실려 있다.

 

창단연주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담담하다. 휴일없이 매일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연습해와 아쟁연주가 생활이 됐기 때문이다.

 

"즐겁게 열심히 연습하다보면 생각한 목표에 닿아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연주하는 악기는 '아쟁' 단 한 종류다. 청소년 국악실내악단도 드물지만 청소년들이 아쟁만으로 뭉친것도 처음이다. 민혁이는 아쟁연주단이 아닌 국악실내악단으로 이름 붙인 것을 "앞으로는 더 많은 후배들이 다양한 악기로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말한다.

 

은지처럼 5년이 넘은 경우도 있지만 아쟁 연주경력은 대부분 2년 안팎. 하지만 연주곡들은 만만치 않다. 우석대 백성기 교수가 작곡한 소아쟁·중아쟁·대아쟁을 위한 아쟁 3중주곡 '기도'를 초연 하는 것을 비롯해 조선시대 풍류 음악인 가곡을 모체로 한 '경풍년(慶豊年)'과 강렬하고 굵은 농현이 특징인 '박종선류 아쟁산조' 등 전통가락을 바탕으로 한 곡들이다. 크리스마스 캐롤 4곡을 편곡한 아쟁4중주곡(편곡자 김혜성)도 연주한다.

 

재학이는 "다른 악기들에 비해 아쟁은 음역이 짧아 크리스마스 캐롤은 꽤 공들인 작품”이라며 "새로운 음악을 만난 재미가 쏠쏠할 것”이라고 소개한다.

 

연주자들이 옷을 갈아입는 동안 잠시 선보이는 '수궁가 눈대목'은 '땜빵'이지만 출연진이 화려하다. 소리꾼은 아이들의 선생님이기도 한 도립국악원 민요부 강영란 교수. 북장단은 올해 전국고수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홍석렬씨(전북국악협회 부회장). 홍씨는 민주의 아버지다.

 

거문고처럼 묵직하게, 때로는 가야금처럼 경쾌하게 울리면서 이 지역 국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이들의 창단 무대는 5일 오후 7시 전주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에서 열린다.

 

■ 전주전통국악원 강혜옥 원장

 

"단원들이 훌륭한 음악가로 성장했을 때 청소년 시절이 푸진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똘방진' 아이들 8명 뒤에는 전주전통국악원 강혜옥 원장(47)이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5년동안 피아노학원을 운영했던 그는 35세에 도립국악원 민요부에 등록하면서 국악과 인연을 맺은 늦깎이 국악인. 우석대 국악과 입학(93학번)과 서울대 부설 국악지도자과정을 수료하면서 본격적으로 국악에 몸을 담았다.

 

"전통을 그대로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노래가 자꾸 생기는 시대 흐름에 맞게 낯선 악보에 당황하지 않도록 다양한 연주법을 경험하게 합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피아노 반주법을 이용한 아쟁 연주. 이번 연주회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음폭도 이런 노력에서 시작됐다.

 

"연주만 잘하고 마음이 텅 빈 연주자보다 선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연주자가 되었으면 한다”는 강원장은 그 시작을 '가온소리'의 꾸준한 연주활동에서 찾겠다고 말한다.

 

"감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이 입시에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작은 음악회를 자주 마련하려고 합니다. 또래들의 국악연주를 들을 수 있다면 아이들도 힘을 낼 수 있겠지요”

 

자신의 영향으로 아쟁연주를 시작한 아들 배런군(한국예술종합학교 2년)도 이번 연주회에 독주로 힘을 보탠다.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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