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학계의 양대 산맥인 전북문인협회(회장 소재호)와 전북작가회의(회장 김용택)가 새 집행부를 꾸리며 2003년을 맞은 전북문학계는 그 어느 해보다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 이어 중진작가들의 창작집 등 문학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발간되며 주목을 받았고, 특히 시와 수필 부문의 창작활동이 풍성한 결실을 맺었다.
△ 남북·양대단체·장르간 의미있는 결합
올해 가장 큰 성과는 전북작가회의가 북녘 문인단체와 교류 물꼬를 시도한 것. 안도현 시인이 평양을 방문, ‘통일문학연구사업’ 제안서를 전달하는 등 최형·정양·정동철 시인과 소설가 이병천·정도상씨가 북녘 문인들과 교류를 나눴다. 아직 뚜렷한 결과를 내진 못했지만, 남북화해와 협력정신을 민간 교류 차원에서 일구어내겠다는 실천의지를 보인 것만으로도 큰 성과로 평가된다.
협회간 화합 노력은 전북문인협회와 전북작가회의가 지난 10월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연 친선바둑대회에서 찾을 수 있다. 30여명의 회원들이 참여한 바둑대회는 특별한 교류가 없었던 양대 문학인단체가 함께 연 첫 행사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문학과 미술·음악 등 다른 장르와의 결합도 눈에 띈다. 김용택·안도현 시인 등이 참여하고 있는 시·노래모임 나팔꽃이 도내에서만 네 차례 공연을 가진데 이어 복효근 시인이 ‘포엠 콘서트’에, 안도현 시인이 ‘BOOK & SONG’에 초대되는 등 지역 시인들의 작품를 이용한 특별한 행사도 이어졌다. 또 안평옥 시인의 시 24편을 칸타타로 엮은 ‘24절기의 노래’를 비롯해 진동규·김동수 등 시인들의 시에 곡을 붙인 다양한 음악회가 열린 것도 화제다.
△ 중진과 신인이 함께 어울린 출판계
올해 출판계는 어느 때보다 활기찼다. 하지만 소설부문은 평년작에도 미치지 못했고, 이런저런 문학단체에서 신인 작가들을 대량 양산해 문학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소리도 높았다.
개인 창작활동은 중진작가들과 첫 작품집을 낸 신인들의 활동이 균형을 이뤘다. 김남곤 시인이 시집과 수필집을 잇따라 출간한 것을 비롯해 김용택·안도현 시인은 동화·만화·시선집·시화집 등 다양한 형식을 시도했고, 정양의 시화집 ‘동심의 신화’, 김학의 수필집 ‘아름다운 도전’, 조기호의 시집 ‘목화 치는 새’, 신정일의 기행집 ‘낙동강역사문화탐사’, 박형진의 산문집 ‘모항 막걸리집의 안주는 사람 씹는 맛이제’, 김자연의 아동문학입문서 ‘아동문학 이해와 창작의 실제’, 이희중 평론집 ‘기억의 풍경’, 송하선의 문학평론집 ‘시적 담론과 평설’, 이종민의 ‘달궁가는길-서정인의 문학세계’, 김한창 소설집 ‘접근금지구역’, 류영국의 장편소설 ’유령의 자서전’, 라대곤의 소설집 ‘선물’ 등 중진과 첫 시집 ‘밤비’를 낸 이병초 시인을 비롯해 송희·나혜경·추인환·이종택 등 신인들의 첫 창작집이 눈길을 끌었다. 판소리를 소재로 한 ‘판소리 단가’(전라문화연구소) ‘판소리, 그 지고의 신체 전략’(김익두) ‘전북의 판소리’(전라북도) 등은 판소리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과 함께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소설가 양귀자·서정인씨와 고은·안도현 시인의 작품이 해외에서 번역 출판된 것도 수확이다.
△ 작고 문학인 추모사업 활기
작고 문인을 기리는 사업도 활기를 띄었다.
지난 2월과 6월 타계한 김민성·백양촌 시인 등 전북문학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했던 원로작가들의 타계 소식은 문단에 안타까움을 안겼지만 부안문인협회가 기관지‘부안문학’을 선배문인 추모특집으로 꾸민 것을 비롯해 제3회 혼불문학제, 백양촌·권일송 시인의 시비 제막, 이세일 시인의 유고시집 ‘훗날 누가 찾거든’ 등 작고문인을 추모하는 사업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 10월 군산에서 열린 금강문화축제‘세노야2003’은 군산출신 고은 시인의 문학세계와 평화의 메시지를 알린 의미있는 행사였다. 그러나 박봉우 시비건립사업은 몇 년째 난황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 독자를 찾아가는 발걸음 ‘가뿐’
전북펜클럽·전북문인협회·전북작가회의·민족문학작가회의·전북청소년교육연구소 등 각 단체에서 실시한 ‘찾아가는 문학강연’ ‘유명문인 문학강연’ ‘독서캠프’ 등도 활기있게 진행됐다. 전주아중문화의집에서 실시한 시창작전문교실 등 문화의집과 문학동인회에서 실시한 문학강의도 꾸준하게 이어졌다. 부안에서 열린 맑은물사랑 시낭송회를 비롯해 한국시인협회와 전북문인협회·무주작가회의 등 시낭송회도 많았다.이선옥·박성우·한정화 시인은 도내 고교의 문예교사로 나서 문인들의 활동영역을 확장했다.
△ 문학판 흥돋운 수상 소식
잇따른 수상소식도 창작에 힘을 보탰다. 이기반 시인과 수필가 김순영씨가 한국기독교문학상, 수필가 김규련씨와 은옥진씨가 신곡문학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박범신(만해문학상) 김남곤(목정문화상) 최기인(원광문학상) 정도상(단재상) 양창국(에스쁘아문학상) 소석호(한국아동문학작가상) 최남호(전북아동문학상) 이기반(한림문학상) 진동규(문예한국상) 정희수(녹색시인상) 안도현(올해의 문장상) 윤이현(전주문학상 대상) 김재란(열린시문학상) 등 전북출신 문학인들의 수상이 이어졌다. 올해 백양촌문학상은 정희수·전덕기 시인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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