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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자 소감

 

아침에 석치산 고개를 넘어 운동을 가는데 뿌연 안개 뿌려진 팽나무 위로 까치 한 마리가 물결처럼 하늘을 날아갔죠. 멀리 아파트 위로 황금색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아파트를 버리고 석치산 아래 주택으로 이사를 온 이후 아이들은 훨씬 생기 있게 변했습니다. 역전의 명수 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의 함성소리와 함께 하늘로 솟아오르는 공의 기운을 받고 삽니다. 삼 백 년 된 팽나무의 동네는 도시에 갇혔던 문학에 대한 열정을 다시금 새롭게 일깨워줍니다.

 

철근 일을 하느라 새벽같이 공사장으로 향하시던 아버지, 매일 천 개 이 천 개의 장갑을 박아 다섯 자식을 키워낸 어머니의 그 고단한 노동처럼 더 혹독하게 글을 써야 했습니다. 자식을 키워보고야 바닷바람을 막고 서 있는 산처럼 세찬 파고와 한풍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자식을 키워낸 인고의 세월을 알았습니다. 늦게 출발한 문학의 길, 더 냉혹하게 맞서지 못해 배 돌았던 날들을 떠올리며 일터로 향합니다. 길을 찾지 못해 절망했던 날들이 많았습니다. 먼저 기적을 울려 달라던 우진 후배의 말처럼 온몸에 힘줄이 돋도록 달려가야겠습니다.

 

시멘트 독이 떠날 날 없이 굳은 손바닥의 아버지가 떨린 손으로 작은 수첩에 적어간 인부들의 이름 마냥, 사는 날들의 가슴앓이를 끝없이 작품으로 적어가야겠습니다. 아직도 어머니는 젊을 적 미싱 일로 얻은 허리통증을 지우지 못하고 아버지의 노동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못난 자식이 어머니와 아버지의 한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기를 빕니다. 부족한 작품에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가난의 짐을 함께 지고 살아준 아내와 예찬 제찬 두 아들, 그리고 소설을 알게 해준 소설문학동인 탁류식구들과 군산사랑 사람들, 영화 동아리 모임인 시네필 가족 여러분과 함께 기쁨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최영두(소설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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