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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진흥기금 모금제 폐지' 문화예술계 반응과 의미

지난 2001년 1월 8일 서울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문예진흥기금 공공기금전환반대 범예술인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문예진흥기금의 자율적 운용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email protected])

 

올해부터 공연·전시 기획자를 비롯해 문화예술인들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 공연장(영화관 및 자동차극장 포함)·박물관·미술관·문화재 등 입장료(관람료)에 부과됐던 2∼6.5%의 문예진흥기금 모금방식이 2001년 정부의 준조세 정비방침에 따라 2003년 12월 31일자로 일년 앞당겨 폐지됐기 때문이다.

 

그 동안 문화예술계 현장인력과 학계는 “입장료에 포함된 문예진흥기금 부과금은 기부금 성격의 재원이 아니라 준조세”라며 부과 대상이 불특정 다수로 광범위하며, 강제성이 높고, 부담 주체와 부담금 용도간의 직접적인 연계성이 미흡하다는 것을 이유로 폐지를 주장해왔다.

 

도내 문화예술계 실무자들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 1월 중 대형뮤지컬과 움직이는 그림동화 등 공연물 2편을 준비하고 있는 ㈔마당 김승민 기획실장은 “부담스러웠던 짐을 덜어낸 느낌”이라며 “어느 정도의 경비가 절감된 만큼 시민들에게 더 좋은 공연을 선사해야 할 책임이 무겁다”고 말했다.

 

소리전당 대관담당 업무자인 이향미씨는 “순수예술이나 순수예술이 아닌 곳 모두에게 형평성과 관련해 시시비비가 많았던 만큼 이번 정책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반겼다.

 

마임이스트 최경식씨도 “공연을 준비하는 예술인들에게 조금은 부담이 줄었다”며 “앞으로 공연 자체에 좀 더 힘을 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

 

연출가 류경호씨는 “문화예술계에서도 시민사회의 자발적 의사에 기초한 기부금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 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기금이 절감된 만큼 정작 극장이나 공연장 입장료에는 변동이 없어 관객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다. 공연기획자나 극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입장료에 부가됐던 문예진흥기금이 폐지되었다고 해서 당장 입장료 인하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입장. 도내 극장가도 “대세를 따라야겠지만 3백∼4백원을 할인해 주는 것보다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는 반응이다. 사찰을 비롯한 문화재시설의 입장료도 별다른 변화는 없다.

 

또 “모금제도 폐지로 오히려 정확한 입장객의 수를 환산하지 못하는 역작용도 우려해야 한다”며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처럼 관객 수나 입장수입에 대한 종합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해 초대권 남용이나 서류조작 등으로 관객 수를 부풀리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문화예술분야의 창작 지원금 등으로 활용되어온 문예진흥기금은 정부출연기금에 지난 1973년 각 문화시설 입장료에서 강제적으로 거출한 기금으로 조성된 것. 2003년 10월 말 현재 5천2억원이 조성됐다. 그러나 적립을 우선시 하는 정책기조 때문에 지원사업비는 증액되지 못한 채 오랫동안 현상유지되어 왔고, 운용수익은 점차 감소되는 현상(2002년 297억원/2003년 243억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쓰여질 부문이 확대되면서 갈수록 더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고 있는 형편. 따라서 일부에서는 주요 재원이었던 모금 수입 폐지로 기금 운용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이러다가 문예진흥기금 자체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행정연구원 규제개혁연구센터 김태윤 소장은 “문예진흥기금 징수 폐지는 사회의 문화예술에 대한 기대와 지원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준조세를 정부의 정규 예산항목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의지가 오히려 확고해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정부는 이번 폐지로 문예진흥기금을 국고지원방식으로 전환해 향후 5년간 필요한 사업비 부족분 2천5백억원 정도를 국고에서 직접 지원하기 위해 로또복권 등을 통한 기금 조성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성균관대 정진수 교수는 “민간기금이 공공기금화돼 국가예산 편성 같은 방식과 일정으로 경제부처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통제된다면 문화예술 고유의 특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지고 경직될 것이 우려된다”며 “문화예술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정부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 달 20일 마감하는 2004년 도 문예진흥기금 지원규모는 6억9천만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7,000만원이 증액됐으며 지난 31일 마감한 무대공연작품지원액은 4억7천6백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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