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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 이력과 각오

 

꽤 오랜 속앓이를 끝내고 ‘아주 특별한 새해’를 맞은 세 사람이 지난 달 26일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첫 발을 내민 새내기 작가들. 시 부문 ‘풍경(風磬) 끝에 매달린 물고기나 되어’의 문신씨(31·마음사랑병원 기획실)와 단편소설 부문 ‘흰 닭이 날아가는 곳’의 최영두씨(38·서점‘책사랑’운영), 수필 부문 ‘오카리나’의 김성구씨(55·한전 동대구지점)다. 꽤 오랜 습작과정을 거친 올해 당선자들은 동인모임 등을 통해 이미 활발한 창작활동을 해온 것이 특징이다.

 

시를 쓴지 10년째. 문씨는 “지난 한 해 서른이 넘어서도 계속 시를 쓸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며 2003년에 신춘문예 배수진을 쳤다. 전남 여수가 고향인 그는 전주대 국문과에 입학한 1993년부터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던 문학도. 하지만 해마다 최종심에서 고배를 마셨고, 그를 지켜보던 주위 지인들의 한숨도 커지고 있었다. 여름 휴가를 포기하고 김제 금산사 부근 암자에서 작심하고 시에만 매달렸던 이유도 그 때문.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당선작은 휴가기간에도 자꾸 전화를 하는 회사에서 모티브가 나왔다. 유유자적. 이런저런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풍경 끝에 매달린 물고기’처럼 건들건들하며 자연에 도취돼 살고 싶은 마음이다. 대학 4학년때 인연을 맺은 스승, 이병천씨(소설가)와 만날 때마다 글을 쓸 동기가 부여됐다는 그는 “이제 한 매듭을 풀어 자신감도 생겼고, 글에 대한 믿음도 생긴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전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했지만 소설을 쓴지 벌써 18년째인 최씨도 글을 쓰려는 의지가 침체되고 있는 때에 들려온 소식이어서 더 신이 났단다. “집 옆에 우체국이 있어 신춘문예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고 말하는 그는 등기우편으로 보낼 때 받는 영수증을 모으는 것이 취미가 되었을 정도로 많은 도전을 했었다고 고백했다. 군산에서 10년째 중고서적 판매점을 운영해오고 있는 그는 글벗모임‘반디불’·소설문학동인‘탁류’·군산문인협회 등 군산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신토불이 작가. ‘오늘의 문학’ 신인상과 여수 해양문학상으로 이미 등단의 절차를 마쳤다. 그래서인지 군산문학계에서도 “될 사람이 됐다”는 반응.

 

“어느 날 글만 쓴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죠. 현실적인 문제가 덜미를 잡았습니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의 도리와 또 글에 있어서도 현실과 거리가 먼 문학에 대한 회의랄까요.”

 

당선작의 주제는 진정성을 통한 삶의 의미 찾기. 고(故) 이오덕 선생이 주장하던 생활과 일치된 글쓰기 운동에서 큰 가르침을 받았다는 최씨는 장편소설과 시나리오·희곡·드라마극본 등 다양한 장르로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여행을 자주 다녀서 전라도에 친구들이 많다”는 수필 부문 당선자 김씨는 꽤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지천명을 훌쩍 넘어선 그이지만 이런 저런 예술장르에 끌리면 참지 못하는 ‘맛보기 제왕’. 다루는 악기도 많고 성악 실력도 상당하단다. 소지로의 오카리나 연주 ‘대황하’를 듣고 매료됐던 그의 경험을 그린 당선작 ‘오카리나’ 역시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면 글의 소재로도 쓸 수가 없다”는 그의 성격이 묻어 있다. 문학과 인연을 맺은 건 2000년. 대구‘수필사랑’·경북대 평생교육원 시창작반에서 실력을 쌓았고, 방송통신대 국문과에 다시 입학할 만큼 그는 적극적이다.

 

“당선소식을 듣고 좋았다기보다는 몽롱했습니다. 회사 간부고시(?)에서 합격했을 때보다 더 좋았습니다. 그보다 더 짜릿한 전율이 온 몸으로 왔지요”

 

그의 당선으로 전라도와 경상도의 물장벽이 터진 것도 한 수확. “대구사람을 뽑아준 것에 대해 자신뿐 아니라 지인들 모두 감격했다”고 했다. 아버지의 노력하는 모습과 그 열매를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는 그는 “앞으로 소설과 시의 기법을 동원해 수필을 쓸 것이며, 수필이지만 피가 뚝뚝 흐르는 치열한 글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 응모작은 모두 1,192편(시 882편, 소설 67편, 수필 243편). 지난해에 비해 소설 응모작이 줄어든 반면 수필은 늘었다. 지방신문 신춘문예의 한계를 벗고 대구·인천·강원·부산·충북 등 타지역 참가자들의 비율이 75%를 넘어섰다는 것도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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