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준 김미경씨(40)의 얼굴은 뜻밖에도 밝았다. “실망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주저하지 않고 “아니요. 행복했어요.”라고 했다.
낙선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는 신춘문예 새내기 도전자다.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 딸아이를 둔 김씨는 지난해 연말 2004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했다. 접수마감일에 맞추어 원고를 보내놓고난 이후 ‘혹시’하는 기대감으로 연말을 보냈지만 당선 소식은 없었다.
1월 1일, 신춘문예 당선작 발표와 함께 심사평이 실린 지면위 당선자들의 환한 웃음. 가슴 뜨거워진 김씨는 심사평을 읽어내려가다 깨알 같이 촘촘히 박힌 활자위로 유난히 크게 다가오는 부분에 눈이 뜨였다. 자신의 응모작 ‘만추’에 대한 한문장의 심사평.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두줄 평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어요.” 더없이 큰 선물이었다.
그는 이미 문예지 신인상에 당선된 시인이다. 등단이란 과정을 거쳐야만 시인이 될 수 있다는 한국문단풍토가 마뜩치 않았지만 묘한 반감이 발동해 우연히 알게된 문예지에 응모했었다고 했다.
전북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을 졸업한 직후부터 음악학원과 입시학원을 운영했다. 학원을 그만둔 후 사회단체에서 3년동안 일하다 주부로 자리 잡은지 6개월. 나이 마흔을 눈앞에 둔 그에게 문학은 자아를 확인하고 또다른 세상을 만나게 하는 새로운 통로였다.
“시는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수단이지요.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색깔을 입혀내는 이 과정은 고통을 동반하지만 한편으로는 삶의 진정성을 체득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가 첫번째 도전한 신춘문예 응모는 궁극적으로 당선이 목표이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상하게 신춘문예는 문예지와는 또다른 통로로 생각됐어요. 내 글쓰기에 대한 확인이랄까 그런 의미였지요.” 그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시쓰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정서와 정인이. 어렸을때부터 책에 묻혀 살았던 큰딸 정인이는 시쓰는 엄마 덕분에 미래의 꿈도 ‘봉사하는 의사’에서 ‘시인’으로 바꾸었다. ‘읽고 싶어하는 책만은 사다주겠다’는 약속을 꼬박꼬박 지키는 남편은 올해 신춘문예 응모작을 읽어보고는 “신춘문예인데, 가을이야기가 되겠느냐”고 걱정스러워하더란다.
두줄 심사평만으로도 그가 행복해하는 이유를 짐작할만하다.
“서투르지만 소박한, 그래서 순수한 색채로 세상을 만나고 싶어요.”
‘시에 대한 감각이 돋보였다’는 심사평을 전했더니 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해서 신춘문예 병에 전염되나봐요.” 좋은 시인 만날 수 있다면 그가 열병에 걸리는 일도 괜찮은(?) 일 일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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