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네 흰둥이가 똥을 눴어요. 골목길 담 밑 구석 쪽이에요. 흰둥이는 조그만 강아지니까 강아지 똥이에요. 보슬보슬 봄비가 내렸어요. 강아지똥 앞에 파란 민들레 싹이 돋아났어요.…’
아동도서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아동문학가 권정생씨의 ‘강아지똥’은 이렇게 시작된다. 강아지가 볼일을 본 길가에 덩그러니 놓인 ‘똥’. 그 ‘강아지똥’(연출·각색 김정숙)이 전주를 찾는다. 14일(오전 11시·오후 2시30분)과 15일(오전 11시·오후 2시30분/7시) 소리전당 연지홀.
2001년 서울에서 초연해 공연마다 매진을 이어가고 있는 극단 ‘모시는 사람들’이 동화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살려 어머니의 품속에 안겨 있는 듯한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을 선사한다.
소외된 것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한 올 한 올 뽑아내 어린이의 눈 높이에 맞춘 이 이야기는 초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도 실려있는 우리네 대표적인 동화. 강아지똥은 지나가던 참새와 나들이 나온 병아리에게 ‘냄새난다’며 구박받고, 농부에게조차 외면당하면서 자신의 가치에 대한 고민에 빠지지만, 절망하는 ‘똥’을 민들레는 포근하게 감싼다. 시나브로 계절이 변하면서 강아지똥은 민들레가 꽃을 피우는데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영양분)임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이자 YWCA 추천도서이며, 5년전 일본에서도 번역돼 6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일본 그림책에서 볼 수 없는 강한 개성에 일본 어머니들이 ‘몰표’를 준 것. 한·일 양국어로 낭송된 동화CD와 애니메이션·클레이 애니메이션(찰흙을 이용하여 제작하는 애니메이션)·비디오·DVD 등 다양한 장르와 형식으로 만날 수 있지만 그림책을 그대로 무대에 옮겨 놓은 이 연극의 감흥만은 못하다.
연극 ‘강아지똥’은 대사가 거의 없는 넌버벌 퍼포먼스다. 재미있는 몸짓과 움직임, 아크로바틱과 마임 등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신체표현이 “기막히게 뛰어나다”는 평. 연출자 김정숙대표는 “전래 고유의 남사당 놀음도 현대적으로 재구성했고, 해금·첼로·타악이 어우러진 음악은 강아지똥의 슬픔과 기쁨을 섬세하게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넌 쓸모 없다”(참새)거나 “내가 죽어야 엄마나무가 산다. … 난 그냥 사라져 버릴 거야”(가랑잎) 등의 표현으로 ‘왕따’와 ‘죽음’ 등을 직설적으로 묘사하지만 거꾸로 아름다운 감동을 이끌어내 감동을 배가시키는 구성은 탁월하다. 그래서 영화나 동화 등에서 감정이입 대상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으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가족나들이로 최상의 선택. 고마운 분들에게 전하는 새해 선물로도 손색이 없다.
티켓은 1만5천원(30인이상 20% 할인)이며, 소리전당 모악당 매표소·홍지서림·민중서관·비의소리처럼·익산 대한서림·군산 한길문고에서 예매할 수 있다. 공연당일 현장에서도 구입이 가능하지만 예매를 서둘러야 감동을 더하는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공연 및 예매문의는 사단법인 마당(273-48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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