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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뮤지컬 '블루사이공'

뮤지컬‘블루사이공’은‘코믹하고 흥겨운 것만이 뮤지컬은 아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email protected])

 

뮤지컬의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대부분 경쾌하고 즐거운 이야기와 산뜻한 대사, 공연을 본 후 자연스럽게 흥얼거려질 음악 등이다. 그러나 첫 장면부터 관객들의 기대를 여지없이 깨뜨리면서도 찬사를 받는 작품이 있다.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는 ‘블루 사이공’(김정숙 극본·권호성 연출).

 

베트남전 자체를 ‘주인공’으로 세우고, 그 전쟁이 우리에게 어떤 역사적인 의미를 지녔는지 되묻는 이 뮤지컬은 경쾌함과 즐거움만을 떠올리게 하던 한국 뮤지컬에 인간에 대한 애정과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역사와 이념, 그리고 화해를 담았다. 16일 오후 7시30분과 17일 오후 4시·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에서 공연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미스 사이공’과 비교되며 여러 면에서 우위에 섰던 ‘블루 사이공’은 1996년 초연이후 베트남전쟁이라는 소재와 탄탄한 극적 구성, 역사의식, 우리 정서의 아름다운 음악 등으로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받은 작품. 제33회 백상예술상(대상·작품상·희곡상) 한국뮤지컬대상(희곡상) 등 국내 권위 있는 상을 휩쓸었다.

 

이번 전주공연은 그동안 아쉬움으로 지적되어 온 대사 중심 장면들을 대폭 수정해 곡을 새롭게 추가했으며, 입체적인 무대장치를 보완해 음악중심의 대규모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다.

 

김 상사의 삶을 관통하는 현대사의 두 비극인 한반도와 베트남의 분단. 그가 남긴 베트남 아들 ‘북창’과 한국 딸 ‘신창’. 무대에서 다룰 수 없던 소재인 베트남전을 정면으로 다룬 블루 사이공은 베트남전의 남겨진 상처와 전장의 비극적 상황,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따이한 병사와 베트콩 간첩 후엔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야기를 독특한 극 양식으로 표현했다. 긴장감이 무대를 감싸는 케산 전투장면과 베트남 전통 제등행렬 등은 특히 인상적이다.

 

엄청난 투자비용과 물량공세, 과감한 홍보와 마케팅으로 한국 뮤지컬 시장을 장악해버린 수입뮤지컬에 맞서 ‘들풀’ ‘꿈꾸는 기차’ ‘우리로 서는 소리’ 등 한국 창작뮤지컬의 뚝심을 보여주고 있는 극단 ‘모시는 사람들’(대표 김정숙)이 제작.

 

“이 세상에서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 ‘블루 사이공’의 주제. 작가이자 극단의 대표인 김정숙씨는 “1965년 베트남 파병에 이어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으로 우리는 또다시 파병국가가 돼 ‘블루 사이공’의 생명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번 공연과 2월 서울 대학로 공연 이후 앞으로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더이상 블루사이공을 만날 기회는 없게 된 셈이다. 문의는 사단법인 마당(273-4823~4)./최기우기자

 

연출가 권호성씨 인터뷰

 

“아픈 시대를 그린 무겁고 진지한 작품이지만 그런 의식 없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잘 만든 비극은 그만큼 더 큰 재미를 안고 있지요. 감정을 열어놓고 보면 자연스럽게 역사와 인간을 그리고 사회를 생각하게 될 겁니다”

 

뮤지컬 ‘블루사이공’의 연출자이자 작곡자인 권호성씨(42)는 “코믹하고 흥겨운 것만이 뮤지컬은 아니다”며 무거운 주제는 정극으로 다루는 것보다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통해 다양한 관객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버지가 직업군인이어서 전주가 고향이 됐지만 3살 때 전주를 떠나야했다는 권씨의 아버지도 베트남에 파견됐던 맹호부대 출신. 그가 바가지를 뒤집어쓰고 골목을 누비며 불렀던 맹호부대 ‘용사의 노래’가 극의 시작을 알리고, 월남에서 공수된 ‘나쇼나르 테레비’와 ‘샴푸’ ‘초콜릿’의 추억은 고스란히 극에 담겼다.

 

“화려한 월남 파병식 뒤에 얼마나 많은 상처와 고통이 뒤따랐는지를 그때는 몰랐지요. 그러나 지금 그 상처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요.”

 

공연을 본 그의 아버지는 베트콩이 긍정적으로 비쳐지는 부분을 지적하며 극의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연출가인 아들은 역사의 이름으로 맞섰다.

 

“베트남전의 상흔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습니다.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거죠. 더 늦기 전에 우리는 베트남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해야 합니다”

 

동학농민혁명의 우금치 전투나 해방전후 유민들의 역사, 민족음악가 김순남 등 파편으로 흩어진 역사의 잔해들은 그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주제들.

 

“극단을 만들면서 창작극을 하자고 다짐했다”는 그는 “국제화시대는 우리 것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며 사명감처럼 작품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홈페이지(http://www.bluesaigon.co.kr)에 남겨진 관객들의 반응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는 잊고 있었던 고향 전주의 관객들에게도 공연을 보기 전과 후, 극단의 홈페이지에 들러볼 것을 권했다.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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