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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뮤지컬 '블루사이공'

 

씁쓸하고 우울한 기분만 가득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유쾌·통쾌·상쾌했다. 1940년에 태어난 김상사,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월남전….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전쟁의 상처는 가슴을 아렸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과감한 역사해석의 뿌듯함과 한국 뮤지컬에 대한 튼실한 믿음 때문이다. 국내에서 월남전을 다룬 최초의 창작뮤지컬 '블루사이공'(16일 오후 7시 소리전당 모악당).

 

수준 높은 음악과 탄탄한 구성, 완벽한 연기가 하모니를 이룬 블루사이공은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이라는 카피나 '블루사이공 매니아'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늙은 베트남전 참전용사의 회상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헐리웃 영화와 미국을 비롯한 위정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에 길든 우리에게, 베트남전을 우리 시각에서 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작곡가 신중현씨가 쓴 곡이 아니었다면, 극의 시작을 알린 김추자의 노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신중현 작사·작곡)에 대한 배신감도 컸을 것이다.

 

극은 병사들의 사랑과 우정, 죽고 죽여야만 하는 참혹한 전쟁의 비극, 한국의 베트남전 파병에 대한 당위성, 적과의 사랑으로 출생한 정상인인 라이따이한 '김북청'과 자신과 같은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친자식 '김신창'의 만남 등을 통해 현시대가 요구하는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화합을 예상케 한다. 또 더 늦기 전에 우리는 베트남에 대해 참회하고, 사죄해야만 하는 이유를 언급한다.

 

작가 김정숙씨는 지난 6일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으로 우리는 또다시 파병국가가 됐다”며 똑같은 역사가 되풀이되는 현실에서 이 작품의 생명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더 이상 이 작품의 공연이유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오늘 공연을 관람한다면 예술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블루사이공'의 의지에 대한 예의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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