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한옥마을을 내려다보는 날개달린 천사가 2003전주국제영화제를 알렸다. 전북대 마스코트 표돌이와 표순이도, 전북대학병원·역사박물관·순창군·발효식품엑스포 CI(Corporate Identity)도 모두 엄마가 같다. 여섯명이 바쁘게 움직여 오랜 진통 끝에 낳은 것들이지만 손만 넣으면 신기한 것들이 쭉 따라나올 것만 같은 보물주머니 같은 곳, 시각디자인 기획사 컨티뉴다.
거기 그럴듯한 사장 자리 하나 없이 직원들과 똑같이 일하는 ‘젊은 사장님’ 김병철씨(34·전주공업대 산업디자인과 겸임교수)가 있다. 거리 곳곳에서 사람들의 눈을 붙잡고 말을 건네는 화려한 시각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그는 문화를 전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문화 전달하는 '보이지 않는 손'
“순수는 저하고 안 맞습니다”라고 도발적으로 외치는 이 남자. 김씨는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다. 내 것, 내 실력을 파는 것이다”고 도전적인 한마디를 덧붙였다.
99년 2월 14일 세상이 달콤한 낭만에 빠져있는 발렌타인데이, 김씨는 친구·후배와 함께 컨티뉴를 창립했다. 친구 사무실 한 켠에서 컴퓨터 두 대로 시작한 사업. “사업이 쉬운 줄 알았다”는 순진했던 그가 디자인 쪽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건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디자인 관련 기획을 맡으면서부터다.
“소비자 입맛에 맞아도 제 입맛에 안 맞으면 힘들죠. 고객이 원하는 것과 제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타협점을 찾지 못해 많이 싸웠습니다.”
전북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후 디자인전문회사에서 일하며 보낸 서울 생활은 지금도 그에게 큰 재산이다. 디자인 감각도 많이 배웠고, 그 때 맺은 선후배간의 인연은 지금도 큰 힘이다.
‘확 가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던 그는 창업 초기, 디자인에 대한 개념과 감각이 체계적이지 못했던 전주에서 고생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전주에 맞는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제 전주도 수준이 높아졌다”는 그는 올해를 한 번 더 도약하는 해로 삼았다. 올 가을에는 출판·문화상품 등 문화콘텐츠 쪽으로 영역을 넓혀 획기적인 사업을 벌여볼 생각이다.
“재미가 없으면 사업이고, 재미가 있으면 디자인이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는 틀림없는 디자이너다. 한 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 하는 자신의 성격을 잘알고, 낚시·게임 등은 아예 손도 대지 않는 그에게 디자인은 생활 그 자체다.
‘디자인은 감각 반 노력 반’이라는 그는 기본적인 프로그램을 습득하고 나면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상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능한 많이 보고 듣고 공부하는 그는 올해 대학원 진학도 준비중이다.
“디자인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가 즐거워야 디자인도 잘 나오죠.”
사람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고 싶은 그는 회사 분위기에 신경을 많이 쓴다. 하나가격이 25만원이나 하는 호사스런 의자들이(순전히 디자인에 반해 무리해서 산) 놓여있는 사무실에는 애완견 두 마리가 함게 살고 창가에는 야생화 한 무더기가 피어있다. 올해부터는 직원들 부모님 앞으로 효도비도 넣어드리고 있다. 컨티뉴가 한달에 사들이는 책값만도 1백만원. 해석하기도 어려운 외국 서적들이지만, 디자인의 트랜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기획사까지 포함해 전주에만 디자인 회사가 3·40개는 넘을 거예요. 전주에 가면 ‘컨티뉴’라는 디자인 회사가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컨티뉴가 현재 진행중인 작업은 작년 한 해를 꼬박 투자해 리서치를 마친 복분자 브랜드 작업과 역사박물관 전시 기획·미륵사지 패널디자인 등이다.
정체된 것을 싫어하는 그는 밤 사이 사무실 배치를 바꿔 다음날 직원들을 황당하게 만드는 독특한 사장님이다. “2년 안에 크던가 망하던가 둘 중 하나”라는 비장한 농담을 건넬 정도로 그는 지금 전북 문화판 안에서의 새로운 발돋움을 꿈꾸고 있다. ‘CONTINUE’와 ‘NEW’를 합성해 만든 ‘컨티뉴(CONTINEW)’는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갈 그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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