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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전북 재즈 이끄는 6명의 아티스트 '재즈피아'

 

‘재즈’가 우리 곁에 와있다. 1900년대 흑인노예들의 슬픈 역사에서 비롯된 재즈의 시작이 199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세련된 상류사회와 화려하고 섹시한 모습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돼 한동안 어려운 음악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의 재즈는 쉬어지고 편해졌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부드러움과 딱 사람의 체온만큼일 것 같은 따뜻함이 느껴지는 음악과 춤으로 재즈는 환상의 거품을 걷어냈다. 절정에 이르러 더욱 강렬해지는 생명력은 재즈가 우리를 잡아끄는 이유다.

 

연주자의 독창성이 묻어나는 재즈는 어제와 같은 곡도 오늘 이 장소에서 어떤 음악이 될지 가늠할 수 없다. 순간 순간 즉흥연주로 멤버들이 주고 받는 음악적 대화가 극에 달하면 연주자와 관객도 재즈를 통해 소통하기 시작한다.

 

‘이심전심(以心傳心)’. 재즈는 말이 없어도 단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질 뿐이다.

 

슬픈 감성을 자극하듯 한없이 쳐지기도 하고, 때로는 달콤할 정도로 로맨틱하고 편안하다. 손을 대면 톡하고 경쾌한 웃음이 터져나올 듯 신이 나기도 한다. 많은 이야기들이 녹아있는 재즈는 그 폭이 넓다.

 

그래서 재즈 마니아들은 “나를 바꾸고 싶을 때, 나를 찾고 싶을 때 재즈는 그냥 느끼면 된다”고 말한다.

 

재즈가 낯선 전북 지역에 꾸준히 재즈를 소개해 오고 있는 전북재즈문화연구회 민병하 회장(51·원광대 협력과장 겸 국제교류과장)은 “재즈는 울분을 터뜨리고 한을 풀어내는 우리의 전통민요와 정서가 비슷하다”고 말한다.

 

재즈를 듣다보면 어느새 리듬을 타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몸이 흔들리는 듯한 스윙감. 그래서 재즈는 ‘몸으로 듣는 음악’이다.

 

음악보다 좀더 쉽게 생활 속으로 들어온 재즈댄스 역시 싱싱한 선율이 느껴진다. 아프리카 토속리듬에 도입된 유럽계 백인들의 클래식 발레. 이것이 역동적인 재즈댄스의 시작이다. 뮤지컬 쇼를 위해 과장되고 연극적 요소가 가미된 브로드웨이 뮤지컬 재즈는 그 화려함으로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자극했다.

 

뜨거운 열정이 넘치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뿌리를 둔 재즈는 음악이든 몸짓이든 자유롭다. 자연스러운 감정 표출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이 재즈고, 그 생명력이다.

 

전북 재즈 이끄는 6명의 아티스트 '재즈피아'

 

결국 재즈피아였다. 전북에서 이미 꽤 유명해진 재즈피아를 피해 새로운 재즈를 만나고 싶었지만, 전문적인 연주자들 대부분이 재즈피아와 인연이 닿아있었다.

 

“바꿔 말하면 전북 재즈 층이 얇다는 의미잖아요. 재즈 문화를 비교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밴드들도 많아지고, 층도 두터워졌으면 좋겠습니다.”

 

95년부터 햇수로 벌써 10년째 전북 재즈의 흐름을 이끌고 있는 재즈피아. ‘결국 재즈피아더라’라는 말에 그들은 기뻐하지 않았다. 재즈에 대한 열정으로 생겨났지만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채 봄눈 녹듯 사라지는 재즈밴드팀들이 아쉽다고 말했다.

 

재즈피아의 멤버는 여섯명. “양복입고 운동화 신은 기분”으로 클래식을 전공했던 이용희(35·피아노), “트럭운전사·비디오가게 아저씨 등 여덟번째 만에 제대로 맞는 직업을 찾았다”는 리더 전종구(33·섹스폰), 독일 유학을 5년씩이나 다녀온 박남규(33·트럼펫) 공대를 졸업하고 실용음악과에 다시 입학한 김형택(27·기타), 드럼의 노용현(27)과 베이스 김민성(25)씨다. 모두 복잡한 음악적 방황(?) 끝에 결국 재즈로 모여든 사람들.

 

“재즈를 폼 잡거나 ‘작업용’으로 쓰이는 잔잔한 음악으로 생각하지만, 영화·광고 배경음악도 대부분 재즈고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음악이에요.”

 

이들은 클래식이 틀에 갇혀있는 정형화된 음악이라면 재즈는 편성도 자유롭고 다른 장르와의 만남도 관대하다고 소개했다. 자칫 다른 장르의 음악을 자기 스타일대로 왜곡할 우려도 있지만, 진정한 연주자라면 다양한 음악 장르를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고 이들은 생각한다.

 

재즈피아가 다른 음악 장르, 특히 국악을 재즈화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여름에는 만남으로 그치는 단순한 크로스오버가 아닌, 재즈와 판소리의 결합을 시도해 신선한 충격을 가져왔다.

 

“‘재즈에 있어 명곡은 없어도 명연주자는 있다’는 말이 있죠. 재즈는 즉흥성이 중요해요. 연주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이야기하듯 음악을 주고받는 동안 연주자도 관객도 음악에 취하는 거죠.”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것이 즉흥연주지만, 체계적인 트레이닝 없으면 안된다.

 

몇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재즈피아 목표는 ‘재즈를 정말 잘 하는 것, 재즈피아의 색깔을 찾아가는 것’, 그 한가지다.

 

올해부터 재즈피아는 전주대 평생교육원 재즈실용음악과정에서 직접 재즈를 가르친다. 매주 금·토요일 저녁에는 임실의 운암저수지 가는 길에 자리잡은 재즈 카페 ‘O’s House’에서 공연도 연다. 즉흥연주가 빚어내는 기대하지 못했던 신비로운 재즈음악처럼 따로 또 같이 이들은 재즈피아를 만들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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