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전북대 졸업식에서 학위모를 쓴 김모씨(27)는 가족·친지들로부터 축하의 꽃다발을 받아들었지만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결국 식장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캠퍼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몇장 찍은 후 서둘러 교문을 나서고 말았다.
취직을 못한 채 졸업해야 하는 까닭에 어느때보다 자신의 모습이 작아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설 연휴 때도 도서관과 고시원을 오가며 지내야 했다. 부모님 대하기가 떳떳하지 못해서다.
김씨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일찌감치 학과 사무실에서 졸업장을 찾아가고 졸업식에는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은 졸업생들도 상당수다.
대학생들은 취업한파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최근의 실직현상을 빗대 '이태백 시대'라고 부른다. '이십대 태반은 백수'라는 뜻의 신조어(新造語)다.
졸업과 함께 실업자가 되는 시기이니 학부생들에게 졸업식은 더이상 영광의 자리가 아니다. 졸업을 늦추기 위해 군입대 휴학후 다시 취업휴학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휴학을 하고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와도 취업문은 여전히 바늘구멍이다. 더욱이 기업으로부터 그 능력이 평가절하되고 있는 지방대생들은 취업전쟁을 치러야 할 판이다.
상대적으로 기업에 비해 지방대생 차별이 없는데다 고용안정 측면에서도 유리한 공무원 시험과 각종 고시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 전북도가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원서를 접수한 2004년도 9급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는 3백32명 모집에 1만1천7백27명(35.3대 1)이 몰렸다.
또한 전북지방경찰청이 지난 5일부터 19일까지 원서를 접수한 여자경찰 채용시험에는 5명모집에 2백57명이 몰려 무려 5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신용보증기금과 산업은행·한국은행·KBS처럼 신입사원 고용때 지방출신을 일정비율 이상 고용하는 '지방대 우대제'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아직은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지방대생 취업활성화를 위해 행정·외무고시에 지방고교및 지방대학 졸업자 20%를 할당하겠다는 정부의 '채용목표제'에 대해서도 수도권 대학생들이 위헌소지가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도내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어느 정도나 될까?
통계를 내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40∼50%에 이른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해초 온라인 채용정보업체인 잡코리아가 전국 4년제및 전문대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취업여부를 조사한 결과 도내의 경우 10명중 3명만이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실업이 적어도 대학측에서 밝힌 수치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을 나타내주는 결과다.
도내 8개대학 취업담당자들로 구성된 전북지역취업지도협의회 임재희 회장(원광대 취업지원실장)은 "통계를 내기도 힘들지만 각 대학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등을 고려해서 정확한 취업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회복,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 캠퍼스 취업전선에 봄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예비졸업생들은 선배들의 졸업식날도 어김없이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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