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우리 역사를 바로 알아가는 과정은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소중한 과정이다. 해방 60년을 눈앞에 둔 지금도 여전히 청산하지 못한 친일의 역사. 부끄러운 과거사의 진실을 밝히고, 일제에 항거해 전국을 뒤흔들었던 1919년 3.1 운동의 함성을 들을 수 있는 전시회가 전주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지부장 최재흔)가 마련한 ‘일제침탈과 역사왜곡전 - 끝나지 않은 식민의 역사’다.
종군위안부를 상징하는 탤런트 이승연의 사진 한장과 일장기를 바탕으로 한 판넬.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잔존해있는 식민역사의 깊은 뿌리와 흔적을 알리고 있는 이번 기획전은 지난 28일에 개막돼 제85주년 3.1독립운동 기념일의 의미를 더욱 새롭게 새긴다.
일제 때부터 지금까지, 사진과 문헌자료 등으로 보는 왜곡된 역사의 진실은 가슴 속에 잠들어있던 뜨거운 울분을 깨우는 역사적 증거들. 강제노동에 징용돼 폭력과 살상에 시달리던 민족의 참혹한 모습을 보여주는 ‘현대판 노예사냥 강제동원’은 패배한 역사가 가져온 식민지 민족의 삶의 현장 그 자체이다. 견딜 수 없는 중노동에 “우리도 인간이다”를 외치며 궐기했던 한국인 징용자들의 투쟁일지와 일본에서 죽어간 조상들의 유골은 비참함을 더한다.
일본이 패망하자 조선인 노동자들은 꿈에 그리던 조국을 그리며 배를 탔지만 수천명 조선인 노동자를 태운 귀국선 우키시마호는 침몰하고 만다. ‘잔인한 은폐,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이다. 이 전시회는 진상조사를 회피하며 사과와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신랄하게 고발한다.
‘민족의 암세포, 친일파’는 을사오적·일진회·일본인보다 더 일본인이 되기를 꿈꾸는 사회 지도층들의 치욕스런 모습을, ‘조선의 어머니에서 황군의 전사로’는 여성 친일행위자들의 백태를 보여준다. 국립묘지에 안치된 친일행위자와 친일예술인 등을 비판한 ‘반민 특위, 그 허무한 종말’, 양반 유생 가운데 직업이 없는 사람들에게 생활방편을 만들어주고 친일에 앞장서게 한 ‘사이또총독의 친일파 양성책’, 그리고 ‘언론들의 친일행적’ ‘식민의 역사 청산 운동’ 등 어느 것 하나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역사의 실체다.
잘못된 것들에 대한 반성, 그리고 미래를 위한 화해가 있는 이번 전시는 14일까지 계속된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역사교육의 현장이다. 기미년 3월 1일 의미도 더욱 뜻깊게 만난다./도휘정기자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최재흔 지부장
“친일의 역사, 이제 민중의 힘으로 풀어가야 합니다.”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최재흔 지부장(59)은 “친일의 역사를 제때 청산하지 못해 친일행위자나 그의 자손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사회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 역사 바로 세우기의 힘은 민중에게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이번 전시 역시 은폐되거나 왜곡됐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철저하게 가려질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역사의 진실을 고발하고 민중의 힘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금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위한 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최지부장은 “8·15 광복절까지 5억원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까지 3만 2천여명이 참여해 벌써 7억 2천여만원이 모였다”며 모금운동이야말로 민중의 힘·평민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창립한 이후, ‘부끄러운 자화상, 친일예술인들의 작품전’과 ‘친일음악의 진상전’, 서정주·채만식 기념사업 반대 운동 등을 펼쳐온 전북민족문제연구소는 올 여름에 ‘친일미술인전’을 계획하고 있다.
“민족 배반의 역사 앞에서 이를 합리화하고 기득권을 유지해 온 친일파들을 규명하려는 것만이 목적은 아닙니다. 나라와 민족 앞에 부끄러운 행위들을 반성하고 화해를 통해 민족의 미래를 새롭게 그려나가는데 더 큰 목적이 있지요.”
이승연 종군위안부 테마누드집 등 통한의 역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을 보고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는 최지부장은 민족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되찾는 것은 ‘역사 바로 세우기’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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