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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문예진흥기금, 소액 다건주의의 허수

 

재정이 늘 열악한 문화예술계에 지원금은 단비와 같다. 그러나 넉넉하지 않은 탓에 매번 이런저런 시비를 낳는다. 올해 도문예진흥기금지원사업은 지난해보다 더 심한 몸살을 앓을 것 같다.

 

전북도는 올해 도문예진흥기금지원사업으로 2백96건의 사업을 선정, 1건의 사업당 1백만원에서 1천만원까지 6억5천6백만원의 지원을 확정했다. 평균 2백2십1만원. 지난해보다 41건이 늘었지만, 지원금은 고작 3천5백만원 늘었을 뿐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소액다건주의. 올해 전북도의 선택은 좀 심했다. 잡음을 최소화한 최선의 선택이었겠지만, 도는 올해도 돈주고 욕 먹게 됐다.

 

지난해 한 수혜자는 "신청금액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지원금이 배정돼 대관비조차 해결할 수 없었다”며 "제작을 미루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었지만 반납하면 다음해 지원신청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소액 지원금은 종종 지원의도와는 정반대로 졸속제작을 부추기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 지원금을 포기한 사업은 10건. 그는 '사전포기제도'를 거론했다. 턱없이 부족한 제작금을 울면서 받느니, 올해 다른 단체의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내년에 다시 지원신청을 할 수 있도록 웃으면서 돌려주자는 말이다.

 

지원금 결정 시기와 1년 단위 운용, 심사과정의 공정성 시비, 사후평가 부족도 문제다.

 

해마다 공연 등 문화행사들은 가을에 몰려있다. 연초에는 텅 비던 극장들이 가을이면 대관에 몸살을 앓는다. 지난해에도 공연과 전시가 단풍잎보다 더 많이 떨어져 흩날렸다. 2월말에야 지원금이 결정되고 선정작품은 그 해 안으로 무대에 올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해 가을 지원접수를 받는 문예진흥기금처럼 지원시기를 앞당겨달라는 공연관계자들의 요구가 많지만 '의회를 통과한 다음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북도의 입장이다.

 

예술작품 심사는 점수로 계량화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그러나 심사과정에서 단체 지명도나 연륜이 중시돼 정작 지원이 절실한 신진 예술가들은 신청조차 겁을 낸다. 자치단체의 문화예술 지원의 문제가 이번 지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북도가 문예진흥기금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는 의지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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