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항.
끝을 알 수 없어 땅과 하늘이 맞붙어 보이는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 김제 만경평야.
기름진 그 땅, 하지만 김제는 바다도 기름지다. 그리고 심포항에 가면 끝없어 보이는 갯벌이 이어져 하늘과 맞닿아 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갯벌과 하늘이 맞닿은 끝모를 그 지점이 '지평선인지, 수평선인지'는 모른다.
만경강과 동진강 사이 둥그렇게 튀어나온 진봉반도의 서쪽 끝에 위치한 자그마한 포구. 심포항을 찾은 23일에도 '누군가 하늘에 주문을 걸어놓은 듯' 봄볕 따뜻한 날이 며칠째 이어졌다.
물이 빠진 갯벌은 가을 들녘 만경평야에서 만났던 아득하기만 했던 지평선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아득하기만 한 갯벌에는 생합과 죽합을 캐는 이곳 사람들이 하나의 점이 되어 있었다.
죽합과 생합을 찾아 배를 타고 멀찌감치 나간 이곳 사람들과 달리 나들이 삼아 심포항을 찾은 사람들은 바지를 걷어 올리고 가까운 갯벌에 섰다.
작은 그물자루 하나를 함께 든 라태선, 송금옥씨(완주군 이서면) 부부는 막 시작한 생합찾기에 열중이었다. 작은 생합들이 그들 손에 올라왔지만 종종은 굵직한 몸들도 하나씩 그물자루 속으로 들어왔다.
바빠서 번번이 길을 나서지 못했다가 모처럼 바람도 쐬려고 나섰다는 라씨 부부는 생합 줍는 재미가 쏠쏠한지 허리를 펴지도 않았다.
물이 빠지면 갯벌이 30km가 넘을 정도로 김제 심포갯벌은 넓고도 긴 갯벌과 인근 앞바다의 황금어장으로 유명했다. 동진강과 만경강이 만나는 물목에 형성된 갯벌이기 때문이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은 물고기들의 산란처. 한때는 이곳에서 꽃게, 대하, 도미, 봄대하, 오징어, 농어 등 수없이 많은 물고기들이 잡혔다. 심포갯벌 맞은편인 군산 옥구는 도요새 도래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끝없이 펼쳐진 심포항의 갯벌에는 대나무 처럼 생긴 죽합과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되었다는 자연산 생합이 많이 자라고 있어 식도락가들이 많이 찾는다.
심포항에서 자동차로 5분정도 걸리는 망해사(望海寺)도 꼭 들러야할 코스다.
망해사는 말그대로 바다를 바라보는 곳이다.
해발 72m의 진봉산 기슭에 자리한 망해사는 바다를 앞마당에 들여놓고 앉아있는 작고 소박한 절이다. 서쪽과 서남쪽은 망망대해요, 동쪽으로는 우리나라 제일의 곡창 김제 만경평야가 아스라히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망해사 뒷산에 있는 전망대는 좁디좁은 철계단을 올라서 한결 더 멀리 있는 바다풍경을, 그리고 망해사를 사이에 두고 펼쳐져 있는 심포항 양쪽의 바다를 한눈에 만날 수 있다.
또 바다 반대쪽에도 그림같은 풍경이 기다린다. 황금빛 들녘을 선사하는 가을 평야와는 달리 지금은 한뼘 정도로 올라온 색푸른 보리밭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봄여행길에서, 그것도 김제 심포항을 찾아 망해사 전망대에 올랐을 때만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번 주말에는 한뼘 높이의 보리밭이 키를 더 세웠을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