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쓰던 것들인데 특별하게 다른 점이 뭐 있겠어요. 지나가던 바람과 들에서 피어나던 들꽃, 사람 사는 이야기는 담겨있겠지요. 흐물흐물하지만 조금은 연하고 보드라운 살이 도도록 하게 오른 시들입니다.”
조기호 시인(66)이 ‘겨울 수심가’를 펴냈다. 열번째 시집이다.
그의 시들은 허무의 색이 짙어졌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 탓인가’하고 늙어가는 시인을 안타까워하는 독자들 앞에서 그는 오히려 담담하다. 대신 세상을 보는 눈을 더 배웠고, 세상 이야기들을 걸러 짧은 말 속에 담아내는 시어는 깊어졌다.
“부부를 서로의 반려자라고 하잖아요. 이만큼 살아보니 아내의 소중함도 알겠고, 더 애틋해요.”
지나간 세월만큼 더욱 깊어진 아내에 대한 사랑은 그의 작품 속에 절로 묻어있다. 참회를 통한 아내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다.
‘상금도 없는 문학상패와 역겨운 술 냄새를 짊어지고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더는 낡을 것도 없는 아내 곁에 내가 더 폭삭 낡아 있었습니다’라는 시 한구절이 시인으로서 그리고 시인의 아내로서 살아온 40여년 세월을 말해준다.
양재일 시인은 그를 ‘시를 위해 태어난 새’라고 부른다. 주로 ‘새’를 소재로 삼아온 시인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모든 것을 관조할 수 있는 ‘새’가 인간의 욕망을 채워줄 것만 같다고 말한다. 그는 ‘새’를 통해 “저승의 이야기도 땅에다 풀어놓고, 땅의 이야기도 하늘에다 풀어놓고 싶다”고 했다.
‘억새꽃 사랑’ ‘새’ ‘새벽이 떨어지는 풍경’ ‘태안사 오르는 길’ ‘위봉산성의 봄’ ‘저승 가던 바람이’ 등에 모두 70여편을 묶은 이번 시집에는 특별한 선물도 담겨있다. 초등학교 4학년 외손녀 다혜가 유치원 시절 쓴 자작시 ‘다혜가 쓴 할아버지’를 함께 실었다. “제법 글솜씨가 있다”며 손녀를 기특해하는 외할아버지의 넉넉한 마음이다.
“나이도 많이 먹었는데 무슨 특별한 계획이 있겠어요. 다만 앞으로도 펜을 안놓고 꾸준하게 시를 쓰고 싶습니다.”
전주 출생인 시인은 전주문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전북문학상·우리문학상·표현문학상·시인정신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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