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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교실]글짓기짱!모여라

 

고추 따는 날

 

주산중 3학년 김은영

 

오늘은 우리 집

 

고추 따는 날

 

나도 밭에 나가 열심히

 

일손을 돕는다

 

내리쬐는 햇살이

 

더욱 더 뜨겁게 느껴진다.

 

잠깐 고개를 들어

 

넓은 고추밭을 쳐다보면

 

'언제 다 딸까?

 

걱정부터 앞선다

 

빨리 다 끝내고

 

시원한 그늘에서 놀고 싶은 마음에

 

손이 빠르게 움직인다.

 

다 마치고 나면

 

부모님을 도와드렸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뿌듯한

 

우리 집 고추 따는 날.

 

 

파도

 

부안중 2학년 서원남

 

제가 살고 있는 곳은

 

바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가끔씩 바다엔 파도가 입니다.

 

오늘도 우리 부모님은

 

멍텅구리 배를 몰아

 

바다에 나갑니다.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바닷가에 나가 파도가 이는 걸 봅니다.

 

흑색 파도를 보고있으면

 

웃으시며 나를 부르는 소리가 있어

 

오늘도 저 멀리 바다의 끝을 보고 또 봅니다.

 

 

할머니의 늦은 글자 공부

 

 

백산고 3학년 유주연

 

 

우리 외할머니는 8남매를 둔 자식 부자 할머니이시다. 하지만 할머니에게도 70의 인생동안 한이 있으셨다. 그래서 그러시는지 글자와 공부에 많은 관심을 보이신다. 엄마가 아프셔 외할머니께서 집에 오셨다. 외할머니는 항상 나에게 재미있는 분으로 기억되고 있다. 우리에게 웃음을 주시는 내가 죽거든 자식들이 꽃만 놓아주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욕심 없는 분이 우리 할머니이시다. 할머니는 엄마를 꼼짝도 못하게 하신다. 엄마가 인상을 쓰시면 할머니는 밝으신 미소를 감추신다. 그러던 어느 날 책상에 앉아 있는 나에게 다가오시더니

 

"애야, 글자라는 거, 나도 하면 쓸 수 있는 거냐, 나는 까막눈인데….”

 

"할머니, 배우면 다 쓸 수 있어요.”

 

하고, 연습장에 'ㄱ'에서 'ㅎ'까지 써 드렸다.

 

"그런데, 할머니는 왜 글자를 배우시지 못했어요?”

 

할머니는 슬픈 얼굴 표정을 지으시며 그때의 슬픔에 잠기듯이 말을 꺼내신다.

 

"난 어렸을 때, 너희들처럼 연필을 손에 쥘 시간이 없었어. 그 시간에 밭이나 논에 나가 일을 해야 했지. 그렇게 고생하고 19살 너희 할아버지를 만나 결혼했지. 남은 반 세월은 모두 너의 엄마와 삼촌 이모를 키우는데 다 바치고 지금 남은 것은 주름살뿐이구나.”

 

하시더니, 쓴 웃음만 지으신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필을 어설프게 잡으시고, 삐뚤삐뚤 글씨를 쓰신다. 어린아이처럼 큰 소리로 읽으시며......

 

난 처음 본 할머니의 모습을 뚫어지게 처다 보았다.

 

할머니는 쑥스러우신지 글자를 보며

 

"글자가 다 도망가려고 하는 구만.”

 

하며 우리를 웃게 만드셨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아 계시지 못 하시는 부지런한 우리 할머니, 다 채워지지 않은 연습장 위에 연필을 놓고는 나가신다.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까맣게 채워진 종이를 나에게 보여주시며 다 했다고 하며 흐뭇해 하신다. 난 할머니가 다 쓰실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얼떨떨할 뿐이었다. 할머니께서 내게 내민 한 장의 종이에 쓰여진 글자. 그 것을 쓰시며 할머니는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글자를 배우지 못한 것에 많은 후회를 하셨을 것이다.

 

꽃이 피는 봄을 좋아하시는 우리 할머니. 늦은 공부이지만 할머니의 인생을 담은 글을 지어 할머니가 살아 온 인생을 남기는 그 날 인생의 꽃을 활짝 피우셨으면 한다.

 

글을 읽고>

 

*은영이의 글- 요즘처럼 일하기 싫어하는 때 은영이의 '고추 따는 날'은 일하는 즐거움과 보람을 노래하고 있어 좋다. 뙤약볕에서 농사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땀 흘리고 나서 그늘에서 쉬는 맛을. 부모님을 도와 일하는 모습은 너무 아름답다.

 

*원남이의 글-바닷가에 사는 사람에게 바다는 낭만이 아니다. 목숨을 거는 삶의 터전임을 원남이의 '파도'는 너무도 잘 보여준다. '멍텅구리배'를 몰고 나가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은 참 대견해 보이기까지 한다. '멍텅구리배'는 여러 가지 생각을 품고 있다. 부모의 우직한 삶, 부모가 위험한 일을 하는데 도울 수도 없는 자신, 문화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생활환경 따위. '푸른 파도'가 아니라 '흑색 파도'로 표현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노래하고자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주연이의 글-'할머니의 늦은 글자 공부'는 할머니와 손주 사이의 '관심과 애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 늦게나마 한글을 깨우치고 새로운 인생의 꽃 피기를 바라는 주연이의 할머니 생각이 갸륵하다. 할머니와 손주와의 거리감 없는 마음 주고 받기는 핵가족 시대에 사라져가는 전통 가족 윤리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이들 세 편의 글은 생활글이다. 생활하면서 흘리는 땀, 안타까운 마음, 보람 있는 일, 가족 이야기 따위를 고백하듯이 쓴 글이다. 잘 쓰는 사람 흉내내지도 않는다. 이런 글이야말로 살아서 꿈틀거리는 좋은 글이다. 자기만의 글이다.

 

 

/이용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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