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한 거리에서 전통문화를 지켜 가는 명인의 숨결을 찾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시간이다. 전주 태조로에서 열리고 있는 풍남제의 삼배 짜기와 종이문화축제의 한지 만들기. 운치 있는 삶이 투영된 전통이 생생하게 이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예전의 향수를 안겨주고, 텔레비전으로만 봤던 모습을 실제로 보는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망울도 정겹다.
△ 수백 가닥 삼베 날줄 사이로 한올 한올 씨줄을 엮는 삼베 짜는 소리는 할머니의 숨결 마냥 정겹다. 삼베 짜기는 우리 할머니들의 일상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여간해서 보기 힘들다. 태조로 한쪽에 마련된 삼베 짜기 부스.
“부태, 북, 몰코, 잉네, 잉네대, 보디, 보디집… 한가지만 없어도 못 허는 일이여. 세상살이가 그러잖여.”
17살 때부터 삼베 짜기를 했다는 이순암씨(74·진안군 성수면). 풍남제 행사와도 십여년의 인연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는 통에 잘 안 짜진다”고 말하면서도 행인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네 할머니 모습 그대로다.
△ 맑고 깨끗한 샘 옆에는 늘 한지를 만드는 곳이 있었다. 깨끗하지 못한 물은 한지의 재질을 떨어뜨리고, 수온이 높은 물은 한지의 주원료인 닥(나무)의 섬유질을 삭게 해 못쓰게 하기 때문이다. 천년 한지의 맥을 유일하게 보전해오고 있는 전주의 전통한지.
“젊은 사람들은 안 배울라고 허지. 지금은 나이 먹은 사람만 있어. 이 행사라도 있어서 한지 만드는 것을 소개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
2대째 전주 한지의 맥을 잇고 있는 유대근씨(65·전주시 동서학동). 그 역시 40년을 이어왔다. “전통 한지 만드는 사람들이 자꾸 줄어 걱정”이라는 그의 음성이 떨리지만, 쌍발틀에서 쌍발가듬뜨기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한껏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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