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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평가, 통과의례 취급 "예산만 날린다"

 

전주국제영화제와 전주풍남제·전주종이문화축제가 이어졌던 전주의 봄. 축제는 끝났지만 축제운영 주체들로서는 마무리 과정인 축제 평가작업이 남아있다. 평가작업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각 축제마다 평가단 선정시기와 평가 기준 등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추진돼 평가작업의 목적을 살리지 못하고 예산낭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주영화제는 개막 이후에서야 평가를 의뢰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객관적 신뢰도를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으며, 종이문화축제도 개막 일주일 전에서야 평가단을 섭외, 주최측의 무성의와 평가단의 체계적인 현장조사 여부가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이같은 문제 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평가작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각 축제들은 대부분 해마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평가작업을 추진해왔지만 그 결과가 다음해의 축제에 반영되는 일은 거의 없어 실효성이 제기되어 왔었던 상황. 평가보고서조차 다음해 축제에 활용되지 못한채 사장(死藏)되는 예가 허다한데다, 계획성 없이 의뢰한 평가작업의 전문성도 확보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어왔다. 평가 자체가 요식 행위에 그치거나 통과의례 정도로 취급돼 인력과 예산낭비만 초래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었다.

 

실제로 지난해 전주영화제 평가보고회에서는 관람객 설문조사 분석을 제외하고 행사 운영과 프로그램·조직 등 전반적인 사항을 짚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며, 종이문화축제 평가보고서도 적극적인 모니터 수준에 그친 평가서 내용으로 평가단 구성 및 평가항목에 의문이 제기됐었다.

 

올해 종이문화축제는 전주문화원 이종진 사무국장을 비롯해 이종근·김동영·최경성·이준석 등 다섯 명의 화롱가들이 맡았다. 예산은 2백만원. “적은 예산이지만 평가 효율성을 위해 조직위에서 평가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백옥선 총감독은 밝혔다. 그러나 올해 평가도 시기와 예산 부족으로 축제 예산과 조직운영 등은 포함되지 못했다. 평가단은 다음달 15일까지 평가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전주풍남제 평가단은 지난해 10월 구성된 전북문화컨텐츠연구소의 김정수씨(도립국악원 상임연출)와 이성호·진명숙·여원경·정종현씨 등 일곱명이 가세했다. 당초 시기와 장소가 비슷한 종이문화축제와 연대해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축제 한 달 전 풍남제 평가만 독자적으로 구성했다. 예산은 지난해보다 2백만원 인상된 5백만원. “지난해 세부 프로그램 평가와 정체성에 주목했지만, 올해는 2003년과 2004년을 비교해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거시적 차원에서 풍남제의 방향성에 집중한다”고 조직위는 밝혔다. 현장조사와 함께 이메일 등을 통한 전문가조사를 실시, 이 달 안에 마무리된다. 그러나 평가단에 참여하는 일부 위원의 경우, 풍남제 연구위원을 겸하고 있어 객관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월간 ‘열린전북’이 평가를 맡았던 전주영화제는 올해 차동욱씨(전북대 강사·경제학박사)를 중심으로 한 (사)지역농산업경영·경제연구소(소장 강창식)에 종합평가를 의뢰했다. 관람객과 운영에 관한 분석으로 영화제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점을 모색하겠다는 계획. 평가단은 영화제의 경영진단과 관광사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활성화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제의 경우, 지난해 평가회에서 지적된 사안들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던 올해 행사운영을 볼 때 평가의 효용성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영화제 개막 이후 평가단을 위촉, 객관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평가비용은 1천3백만원. 종합평가회는 다음달 중순에 개최할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각 축제 평가 결과가 무시돼 온 이유는 축제 집행자의 무관심과 평가자의 경험부족이나 설계능력 부족에 있다“며 “축제를 불과 몇 일 앞두고 졸속 추진하거나 축제가 시작된 뒤에 위촉된 평가단의 평가결과가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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