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처음 영화를 상영한 것이 확실하다고 보는 시기는 1903년이다. 서울 동대문 전기회사 기계창에서 미국인들이 상영을 주도했다. 당시 영화는 관람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야외에서 상영되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땅바닥에 앉거나 목재더미에 올라앉아 관람했다. 지금의 50대 이후 장년층들이 1960년대 까지만 해도 시골장터에서 가끔 열리던 천막극장 안이나 학교 운동장 바닥에 자리깔고 앉아서 영화구경을 해본 기억을 되살리면 딱 맞을성 싶다. 우리나라 최초의 관립 실내극장이었던 협률사(協律私)를 비롯 단성사 장안사 등의 극장이 만들어지면서 1905년부터 영화가 일반인들에 널리 선보였다.
전주에 극장이 설립된 것은 서울보다 한참 뒤인 1920년대였다. 지금 중앙동 객사부근에 제국관이라는 극장이었다. 전주 제국관에 조금 앞서 군산에는 개복동에 군산극장과 일본인 전용의 희소관이 나란히 골목을 하나 사이에 두고 문을 열었다. 당시 전주의 제국관은 '도청 소재지에 극장하나 없어서야 되겠느냐'는 여론에 못이겨 일본인 토건업자 8명이 공동투자하여 건축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제국관은 1948년 현 기업은행전주지점 건너편에 백도극장이 생기기 전까지 전주의 유일한 극장이었던 셈이다. 도내 각 시·군별로도 해방무렵까지 극장은 전주에 1개소, 군산 2개소, 이리 정읍 남원 김제에 각 1개소씩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뒤 한국영화의 1차 전성기였던 60∼70년대를 거치면서 전주의 경우 한때 10개소까지 늘었으나 80년대 안방극장 TV의 눈부신 발전으로 극장은 쇠퇴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참고자료 <고(故) 탁광(卓光)씨의 전북영화이면사>고(故)>
이처럼 침체일로는 치닫던 한국영화가 2000년대 들면서 작품 한편에 1천만 관객을 동원하는등 유례없는 활황을 맞고 있다. 이에따라 극장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현재 전주시내에 영업중인 극장만도 34개관에 이른다. 여기에 개관을 추진중인 극장까지 합하면 61개관에 달한다. 인구규모 전주의 2배가 넘는 광주시내 극장이 50여개인 점에 비추어볼때 인구대비 전국 최다규모이다. 가히 '스크린 홍수'인 셈이다. 영화의 도시답게 영화마니아들이 많아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지나친 출혈경쟁으로 휴·폐업등의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가뜩이나 소비지향적인 도시에 극장만 이렇게 늘어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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