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열 여덟 살 무렵의 기억이 있다. 오르지 않는 성적은 핑계로 대신했던, 대학입시를 앞둔 나. 친구들이 자랑하는 만큼의 '대우'를 받고 싶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독서실에 다니지 않았어도 언니는 공부만 잘했다는 말에 서운했고, 언니의 옷만 물려 입은 것 같아 서러웠다. '왜 우리 집은 이토록 가난한 것일까'. 그러다 기어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어 엄마에게 상처를 준다.
극단 명태의 '사랑해요, 엄마!'(11일 오후 7시 전주창작소극장)는 너무나도 평범해서 무엇하나 주목할 것 없는, 한 가정의 이야기다. 열 여덟 살 고교생 소희. 노래라곤 찬송가밖에 모르는, 수다스럽고 주책 맞지만 사랑스러운 엄마와 가난하지만 자상한 아빠, 성격이 다른 두 언니,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 극은 소희가 성적표를 받아온 날 저녁과 그 다음 날 아침, 모처럼 고교동창회에 나가려는 엄마에게 '보충수업비를 나만 못 냈고, 도시락에 매일 머리카락이 들어있다'며 투정하는 소희의 반항까지 만 하루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리고 소희가 '엄마의 나이'가 되었을 때 기억하는 아련한 초상. 되돌리고 싶은 순간들에 대한 묘사가 담겨 있다.
작품은 10∼30대와 40∼60대에게 각기 다른 기억의 파편을 떠올리게 하며 세포를 뜨겁게 자극한다. 약간의 '신파'는 있지만, 60여분 동안 배우들의 연기는 불과 '3초'만에 관객의 눈물을 뽑아낼 만큼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다시 한번 찾고 싶은 작품….
그러나 '지극히 연극적'인 느낌은 오히려 아쉽다. 워크숍작품이라고 해도 기왕 관객을 초청했다면 '전혀 연극 같지 않은 연극'으로 연출된 무대가 되었어야 했다.
'날 좀 안아 주세요'(2002)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2003)에 이어 마련한 명태의 '사랑 시리즈'는 15일까지 계속된다(매일 오후 7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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